승자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종전의 조건'
2023.02.22 18:03
수정 : 2023.02.22 18:03기사원문
■'애매한 승리' 주장하는 러, 전열 재정비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름반도를 포함해 자국 영토 전부를 되찾는 것이 목표라고 분명히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체코 언론과 인터뷰에서 크름반도를 반드시 탈환해 그곳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목표가 러시아에 잃은 영토를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러시아 연맹을 해체시키는 것이라며 러시아 내 분리독립운동을 촉발해 '탈식민지화'를 유도하겠다는 강경함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을 러시아로부터 다시 찾아왔지만 지난 12개월 동안 빼앗긴 곳 대부분은 여전히 러시아군의 손아귀에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돈바스를 '해방'시키고 우크라이나 전체의 탈나치화와 비무장화가 전쟁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은 돈바스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완전히 점령하는 데 실패한 대신 남부의 자포리자와 헤르손을 차지하면서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다리를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자포리자와 헤르손을 러시아 연방 영토에 포함시키는 헌법에 서명했다. 이 같은 실패와 성공으로 러시아가 주장하는 승리 개념은 애매모호한 상태다.
■'서방 지원' 우크라, 올해가 마지막 기회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시나리오는 없어 보인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군에 결정적 승리를 확보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에 대해 최대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300억달러를 포함해 서방으로부터 400억달러(약 52조원) 가까운 군사원조를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할 당시 5억달러 추가 군사원조를 약속했다. 미국과 주요7개국(G7), 유럽연합(EU)은 전쟁 1주년을 맞아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국은 올해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세를 바꿔놓을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3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전쟁 발발 1주년이 다가오면서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 지도부에 서방의 무기 지원이 증가함에 따라 전투에서 중대한 진전을 보이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태세이며 서유럽 국가들의 지원 의욕도 얼마나 오래갈지 불분명해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는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계속 미 의회에 요청할 것이나 지난달부터 하원 공화당의 반대가 예상돼 보장이 없다고 시인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군의 대공세와 잃은 영토를 탈환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예상되는 올봄이 이번 전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 전쟁 장기화 가능성 우려
일부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군이나 우크라이나군 어느 쪽도 장래에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등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신미국안보센터의 범태평양 안보프로그램 이사 안드레아 켄덜-테일러는 WP와 가진 인터뷰에서 "긴 전쟁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며 "현재 불확실성이 매우 높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현재 제공되고 있는 지원이 바닥나는 올여름 이후가 우크라이나에는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 서방국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정면충돌을 우려,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제공하는 것에 신중했으나 지난해 말 미국 정부의 설득에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M1 전차 31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키로 하자 유럽 국가들은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최소 70대를 가까운 장래에 지원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힘의 균형이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올봄에 바흐무트를 지키면서 동시에 반격을 통해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다는 계획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군 병력을 보내는 곳마다 전투를 계속 치를 경우 상황이 불리해질 것으로 우려하며, 현재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신무기 사용훈련을 받고 있는 동안 봄의 대반격 계획에 더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라트비아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 레이니드 라고진은 19일 알자지라 방송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망에서 만약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잃는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화·협상·휴전?… 모두 열려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패트리엇 미사일과 다연장로켓시스템인 HIMARS, 전차와 전투차량을 동원해 최대한 영토를 되찾은 다음 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의 병력이 앞으로 현재보다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병력은 15만명에서 30만명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계획대로라면 수십만명이 앞으로 더 추가될 것으로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또 이번 봄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서쪽에 위치한 벨라루스에서도 진격하면서 서방으로부터 들어오는 군사원조 공급선을 차단하려 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며, 확전은 중국에도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중국 견제에도 들어갔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국제안보이사 세스 존스는 이번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불투명하다며 장기화 또는 협상을 통한 타결, 모종의 휴전이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충분한 군사지원 속에 우크라이나인들은 계속 싸울 태세라며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 전투를 벌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