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냐 엑셀이냐..3.5% vs 3.75% 한은의 선택은
2023.02.23 07:09
수정 : 2023.02.23 16: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기준금리 3.5%에서 동결이냐 3.75%로 인상이냐. 오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경기부양과 물가잡기 중 어느 쪽에 방점을 찍을지 주목된다. 2021년 8월 이후 3%p를 인상한 데다 지난해 4·4분기 역성장(-0.4%) 등 경기둔화세를 고려해 "이번에는 동결하고 지켜볼 것"이라는 동결론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다만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과 최근의 환율 상승, 한·미금리차 확대 등을 고려해 "마지막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인상 의견도 나오고 있다.
3.5% 동결론 "경기둔화 확실한데.. 동결하고 지켜볼 것"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늘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갖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0.25%p 인상(베이비스텝)이 '예고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여기서 동결하든 추가 인상하든 모두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1년 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3%p 인상한 만큼 이번에는 지켜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며칠사이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금통위 직전 발표된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들을 보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2021년 8월 이후 약 1년반 동안 3%p를 인상했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금리인상 브레이크를 선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우리나라 경기는 둔화되는 흐름이다.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0.4%로,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수출경기도 적신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6.6% 줄어든 462억 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2.6% 줄어 무역수지는 129억 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0개월 연속 적자로, 월간 기준으로는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인 수출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억눌렸던 수요로 인한 내수회복도 점차 둔화돼 '확실한 경기둔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 한은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인상을 멈출 것이란 게 동결론이다.
3.75% 인상론: 인플레 압력에 美 통화긴축 장기화 조짐.. "마지막 인상"
지난달 5.2%의 소비자물가상승률과 한미금리차 역전, 환율 상승은 추가 인상의 강력한 근거다. 이번에 금리인상을 멈추면 앞으로 올리기 힘들 것이란 점에서 '마지막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2%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석달 만의 반등이다. 물가 변동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상승률(근원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4.8% 올라 상승폭이 확대됐다.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치로 설정한 2%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기요금·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는 2월에도 5%대 상승률이 예상된다.
이번에 동결하면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4.50~4.75%인데 미 연준에서는 한두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있어 금리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금리차가 커지면 우리나라 자본이 외국으로 유출되고 외국인들의 국내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미국 연준은 이날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는 징후가 있지만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환율 상승세도 무섭다. 전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시가와 종가 모두 1300원대를 기록, 지난해 12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미금리차가 커지는 데다 환율도 상승해 한은으로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지난 회의 때도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있었고 최근 환율이 올라 금통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회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이번이 아니면 더이상 인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어떤 결정해도 '새 역사' 쓰는 한은.. 이창용 총재 역할 주목
이번에 동결하더라도 6개월 내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계속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으니 속도를 좀 줄이더라도 기본적으로 인상을 할텐데, 이번에 인상할지 다음 회의에서 올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향후 6개월 시계열에서 지금보다 금리를 인상하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 달러화 수급 등을 봐야 한다"며 "달러화가 공급되면 한미금리차가 벌어져도 환율이 안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재가 금통위원들의 컨센서스를 모으는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백 연구원은 "아무래도 이 총재가 컨센서스를 모아가면서 결정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그동안에도 중립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6명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어떤 결정을 해도 한은은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동결하면 사상 최초 7차례 연속 인상 후 금리인상에 '브레이크'를 걸게 된다. 동결시 한미금리차는 1.25%p으로,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2000년 5~10월 이후 22년여 만에 격차가 1.50%p로 벌어진다.
금리 인상시 사상 최초 8차례 연속 인상이라는 새 역사가 쓰인다. 이 총재는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보고에서 "한국은행은 올해도 계속적으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동결로도, 인상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놨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