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가계" 실질소득 2분기 연속↓…난방비·이자지출 역대 최대
2023.02.23 12:00
수정 : 2023.02.23 15: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물가에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가계 총소득은 소폭 증가했지만, 지출이 더 많았다. 전기료 같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연료비 지출이 16% 넘게 늘었고, 이자비용·세금 등 비소비지출도 8% 증가했다.
■고물가에 지갑 닫았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4·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4·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근로소득(7.9%) 증가가 전체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4·4분기 실질소득은 1.1% 줄었다. 실질소득 감소 폭은 매년 4·4분기 기준으로 2016년(-2.3%)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지난해 4·4분기 5%대 고물가가 이어졌다. 물가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보다 빨랐던 셈이다.
지난해 4·4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62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항목별로는 소비지출(269만7000원)이 5.9% 증가해 4분기 기준으로 2009년(7.0%)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0.6%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4개 분기 연속 0%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고물가로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실질적인 소비지출은 둔화했다는 의미다.
■연료비 지출↑·식료품↓
품목별로 보면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연료비 지출은 1년 전보다 16.4% 급증했다. 월세 등 실제주거비 지출도 3.5% 늘었다. 유가 인상에 따라 교통 지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 자동차구입(26.8%), 기타운송(56.5%) 및 유가 인상 등으로 운송기구연료비(9.1%)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야외활동이 늘면서 오락·문화 지출은 20.0% 증가했다. 단체여행비(277.2%), 운동 및 오락서비스(20.9%) 등 지출이 급증했다. 음식·숙박 지출도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반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11.5%), 기타상품·서비스(-3.7%), 식료품·비주류음료(-1.1%) 등에서 지출이 감소했다. 식료품 가운데 특히 곡물(-16.9%), 육류(-4.6%), 채소 및 채소가공품(-4.6%), 신선수산동물(-7.9%) 등에서 지출이 크게 줄었다.
세금이나 이자 비용 등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92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비소비지출 증가 폭은 4·4분기 기준으로 2019년 4·4분기(9.6%) 이후 3년 만에 가장 컸다. 특히 이자 비용 지출이 28.9% 급증하며 2006년 이래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갈아치웠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기준금리가 인상된 영향으로 이자비용 지출이 증가했다"며 "금액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에서, 증가율로 보면 기타 신용대출에서 각각 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4분기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실제 처분가능소득은 390만5000원으로 3.2%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120만9000원)은 전년동기 대비 2.3% 줄어 2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도 소비지출이 그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이다.
2022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4만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9.8%), 식료품·비주류음료(-1.9%) 지출은 감소, 음식·숙박(17.5%), 교통(10.2%), 오락·문화(18.4%), 교육(12.2%) 등은 증가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면 활동 관련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소득 1분위 112만원…5분위 1042만원
지난해 4·4분기 소득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만7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6% 늘었다. 소득 5분위(소득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42만7000원으로 2.9% 증가했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0만3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9.1% 증가,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55만2000원으로 6.7% 늘었다. 1분위의 소득이 5분위보다 크게 늘면서 분배도 개선됐다. 4·4분기 중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3배를 기록했다. 1년 전 5.71배보다 0.18배p 줄었다.
정부는 "저소득가구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며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되었으나, 고물가, 경기둔화 우려 등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할때 개선세 지속 여부 불확실하다"며 "취약계층에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적약자 보호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