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 잠 제대로 못자면 심혈관 질환·암 부른다
2023.02.24 05:00
수정 : 2023.02.24 10: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스트레스와 피로 속에 수면장애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이미 지난 2020년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수면장애는 대표적으로 만성 불면증이 있고 수면무호흡증, 렘수면 행동장애, 하지불안증후군 등도 포함된다.
수면무호흡증, 사망위험 정상인의 17배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심혈관 계통에 문제가 생긴다. 잠을 잘 때는 깨어있을 때보다 혈압이 10% 가량 떨어진다. 잠을 못 잔다면 교감신경계가 지속적으로 항진돼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 심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정상인 대비 17배 높았고, 불면증 환자는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 뿐만이 아니다. 부족한 수면은 암 같은 치명적인 질환과도 연관성이 있다. 잠을 못 이루면 면역체계, 대사, 호르몬, 세포기능이 깨지고 신체의 염증반응을 높여 암 발생위험을 높이게 된다.
잠을 자지 못하는 괴로움에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지만 음주는 숙면을 방해한다. 술은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저하하기 때문이다. 담배도 숙면에는 해가 된다. 담배 속 니코틴은 각성작용을 유발해 과한 흡연을 잠을 오지 않게 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없게 한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수면습관의 개선,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3가지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면서 "열이 날 때 무조건 해열제만으로 해결하려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원인 분석이나 평가, 치료 없이 특정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그는 "원인이나 의심되는 공존 질환을 찾고 수면습관이 문제라면 습관을 교정하면서 수면제는 가급적 짧게, 필요한 기간, 최소 용량만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부 수면제는 내성과 금단증상으로 인해 중독 위험이 있는데, 흔히 사용되는 졸피뎀 계통의 수면제는 장기 복용하면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못잘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려면 전문가의 상의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술·담배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습관 들여야
잠을 잘 자려면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갖는 것이 급선무다.
△규칙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기 △가급적 낮잠 자지 않기 △침상에 누워만 있는 시간 줄이기 △카페인, 술, 담배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물질 사용 줄이기 △야간에 흥분하는 활동 하지 않기 △일광욕 하기 등의 습관을 잘 유지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일광욕을 통해 햇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까지 전달되면 낮에 깨어있고, 밤에 잘 잠들도록 하는 일주기 리듬을 형성하는 데 아주 좋다"고 조언한다. 잠자리, 취침시간 등 수면을 조절하는 자극 조건과 수면의 관계를 조정하는 방법인 자극조절요법도 있다. ‘졸릴 때만 침실에 들어간다’, ‘침실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 등 행동을 중재하여 침대에서는 자는 시간만 보내고 각성하면 침대에서 나오는 것이다.
누워있는 시간을 제한해나가며 누워 있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같게 만드는 수면 제한법, 복식호흡·요가·반신욕 등 신체와 정신을 이완시키는 이완 요법도 쓸 수 있다. 기상시간을 정해 두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더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잠이 부족한 것 같아도 정해진 시간에 활동을 시작해 규칙성을 얻는 것도 좋다.
이 교수는 “잠이 들기 전에는 이완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완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은 없다"면서 "수면시간 전 명상, 복식호흡 등을 통해 교감신경항진을 줄이고 부교감신경항진을 높이면 수월하게 잠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