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냉철한 정책과 따뜻한 지원 함께 가는 길 찾아야"

      2023.02.23 19:11   수정 : 2023.02.23 19:11기사원문
"정책서민금융은 금융과 복지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차가운 머리'로 시장원리에 입각한 정책 마련을 하는 동시에 '따뜻한 가슴'으로 서민 지원에 나서야 한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사진)은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서민금융포럼 및 서민금융대상 기조연설에서 모든 경제정책은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결정되며 정책서민금융 역시 금융과 복지 사이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서민금융 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발생,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을 거치면서 발전해 왔다.

고 전 위원장은 "세 번의 위기 모두 과도한 부채가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당시 과도한 기업 부채, 카드대란의 경우 소비진작을 위한 카드 장려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 저축은행 사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위기의 발단이 됐다는 얘기다.

고 전 위원장은 "현재도 코로나19 사태로 과도한 유동성이 풀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급격히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서민들이 어려워졌다"며 "이에 최근 금융권에 대한 서민금융 역할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저금리 대출 확대 등 서민금융은 금융과 복지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적 시각에서 보면 저신용·저소득자의 높은 부실률과 도덕적 해이로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를 고려하면 상환능력을 고려해 리스크가 클수록 높은 금리를 부과해야 한다.

반면 복지적 시각에서 보면 상환능력이 취약한 서민에게 보다 적극적인 대출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상황이 어려운 이들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것은 정서적 거부감이 크다.

채무조정 이슈에 대해서도 갚을 수 없는 빚을 가진 채무자들에게 재기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나서서 신용도가 낮은 서민에게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지와 △채무조정은 필요한 것인가 등의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고 전 위원장은 "정책서민금융 연구에 대한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왔고, 민간 금융회사가 대출을 결정하는 데 채무자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신용평가체계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서민금융 예산이 제한됐다는 점에서 서민금융 컨설팅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빚을 갚기 어려운 서민에게 채무조정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채무조정 시 금융회사가 위탁추심과 채권매각 등 채무회수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체 이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자체 채무조정을 위해 채무조정요청권을 활용하거나 △연체이자율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박신영 팀장 서혜진 박소연 김나경 이승연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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