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우·전혜림 PD "'알쓸' 시리즈 확장 감사…섭외 리스트 가득" ②

      2023.02.25 15:00   수정 : 2023.02.25 15:00기사원문
'알쓸인잡' 전혜림 PD(왼) 양정우 PD(우)


'알쓸인잡' 양정우 PD


'알쓸인잡' 전혜림 PD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이쪽은 개화파고 저는 흥선대원군이었죠."

지난 1월 말 종영한 tvN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알쓸인잡'(이하 '알쓸인잡')의 양정우 PD가 후배 전혜림 PD를 가리키며 말했다.

'알쓸인잡'은 흥선대원군 양정우 PD와 개화파 전혜림 PD가 함께 완성한 프로그램이다. 나영석PD와 함께 '알쓸신잡' 때부터 '알쓸' 시리즈를 이끌어 온 양정우 PD는 시청자들이 사랑한 '알쓸' 시리즈 특유의 색깔과 정체성을 지켰고, 이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전혜림 PD는 여기에 '인잡' 만의 새로운 개성을 만들었다.



'알쓸인잡'은 2017년 처음 방송됐던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연출 나영석 양정우)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의 모든 인간을 탐구하며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나누는 대화를 담아냈다.
소설가 김영하(문학), 김상욱 교수(물리학), 이호 교수(법의학), 심채경 박사(천문학)가 패널로, 장항준, 방탄소년단 RM(알엠·김남준)이 MC로 함께 했다.

'알쓸인잡'의 전신인 '알쓸신잡'은 2018년 시즌3까지 총 세 편이 나와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범죄를 소재로 한 스핀오프 '알쓸범잡1'(2021)과 '알쓸범잡2'(2022)이 나와 '알쓸신잡' 못지 않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 【N인터뷰】①에 이어>

◇ '알(?)벤저스' 만들어낸 최고의 타이밍

두 PD가 말한 섭외 기준은 '수다'와 '콘텐츠', 그리고 '타이밍'이었다.

"시리즈를 하면서 저희 내부에 나름의 기준이 생겼어요.일단 자기 콘텐츠 있으신 분들. 그런 분들은 책을 내요. 책을 보면 생각보다 그 안에 많은 것이 있고 드러나요. 그래서 책을 정말 열심히 봐요. 책에서는 그분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시기가 잘 맞아야 해요. 저희의 섭외 대상인 분들이 방송이 본업이 아니다 보니 연구를 하고 계시거나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가 계시거나 하면 아무리 방송을 하고 싶어도 하실 수 있는 여건이 잘 되지 않아요."(양정우 PD)

실제로 '알쓸인잡'의 '잡학박사'들도 각자의 스케줄이 바빠 방송이 성사되지 못할 뻔 했다고.

"이호 선생님께도 거절을 되게 많이 당했고요. 심채경 박사님도 거의 못 할 뻔 했었어요. 김영하 선생님도 집필 중이실 때는 당연히 하실 수가 없고 김상욱 선생님도 학기 중이면 할 수 없고요. 장항준 감독님도 마침 영화 촬영이 끝난 직후였고, 남준씨도 처음엔 한 번 거절하셨고요. 마음이 있으셔서 먼저 나오고 싶다는 연락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모두의 시기가 맞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전혜림 PD)

이번 '알쓸신잡'에서는 의외의 깜짝 게스트 섭외도 관심을 끌었다. 정서경 작가와 김은희 작가였다. 특히 정서경 작가의 경우 학회 참석으로 방송에 불참한 심채경 박사를 대신해 일일 '잡학박사'로 대화를 나눴다. 정서경 작가는 박찬욱 감독과 영화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의 각본을 쓰고, 최근 '작은 아씨들'로 드라마 작가로서의 능력을 증명한 유명 작가다.

"일단 저는 완전 팬이었어요. 주변에서 추천을 엄청 받았죠. 다들 칭찬 일색이었어요. 사랑 얘기를 했을 때 정서경 작가님이 얘기해주시면 해줄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 싶었죠."(전혜림PD)

"사실 저희는 궁금하고 섭외하고 싶은 사람의 리스트가 칠판에 쭉 따로 붙어 있어요. 많은 분들이 있죠. 정서경 작가님의 경우에는 '알쓸인잡' 이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분이에요. 한 번 하고 싶은데 계속 작품을 하셔서 안 되겠지 하고 연락도 못 드렸었죠. 그러다 심채경 선생님이 출장을 가시기도 했고, 마침 '작은 아씨들'이 딱 끝나서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직전 타이밍이기도 했던 거예요. '이제 글 써야지' 하고 계셨는데 섭외 제안을 받으셨는데 평소에 '알쓸' 시리즈를 너무 좋아하셨다고, 이건 꼭 하고 싶다고 하셔서 하게 된 거예요."(양정우 PD)

'알쓸인잡'은 같은 지역에서 여행을 한 후 모여서 그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푸는 '알쓸' 시리즈의 기존 콘셉트를 벗었다. 그날의 주제와 어울리는 장소를 섭외해 그곳에 모여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형식이었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제작진에게 유리한 점이 있어요. 보시는 분들도 그렇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장소에 국한된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을 넓게 확장하고 싶었어요. 인간이 메인 토픽으로 정해진 것이다 보니까, 묻고 싶은 질문이 여러 영역을 넘나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쪽으로 회의를 하게 됐죠."(양정우 PD)

또 하나 '알쓸인잡'의 차별화가 돋보인 지점이 있었다면 방송 도중 김영하작가가 제시한 '타이탄 세계관'이 정말로 다음 회차부터 적용돼 흥미로움을 더해준 점이었다. 김영하 작가는 1회에서 '알쓸인잡' 속 '잡학박사'들의 토크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으로 가는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상상해보자고 제안해 웃음을 줬는데 2회 초반에 이 같은 세계관이 적용된 인트로가 방송돼 눈길을 끌었다. 방송 후반에는 CG의 도움(?)으로 타이탄에 도착한 '잡학박사'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방송 도중 세계관을 수용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흥선대원군 양정우 PD와 개화파 전혜림 PD의 의견이 갈렸다.

"선배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첫 촬영때 없던 콘셉트가 중간에 들어가기 어려우니까요. 김영하 작가님이 어느 날 갑자기 재밌는 걸 썼다면서 전화를 하셔서 읽어주시는거예요, 너무 좋았어요. 일단 선생님이 재밌어 하고, 이걸 살리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보통 세계관은 첫 방송에 나오잖아요, 그걸 갑자기 갑자기 끼워넣을 수 없었어요. 고민하다가 살리고 싶어서 방법을 찾았어요, 그래서 뒤늦게 제작 의뢰를 하고, 그 스케줄에 맞춰서 방송에 끼워넣었죠, 처음에는 선배님이 일 벌리지 말라고 하셔서 8회 때 타이탄 콘셉트 스튜디오 촬영도 혼나가면서 했어요. 제가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 하면 (양정우 PD가) 한숨을 엄청 쉬셨던 그런 시간이 있었죠.(웃음)"(전혜림 PD)

"타이탄 세계관은 처음부터 좋았어요. 재밌고 감사하기도 하고 좋았는데 반대한 건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촬영이 바로 내일 모레인데 콘셉트를 잡아서 이해를 시키고, 녹음을 다시 하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하는 계획에 없던 일에 힘을 쏟을 수 있나 하는 문제였어요 장 감독님 내레이션녹음도 만나뵀을 때 한 게 아니라 휴대폰으로 따서 만든 거였어요. 장감독님이 '얘네 장난 치냐, 하는 게 맞냐' 하셨었죠."(양정우 PD)

◇ 다음 '알쓸' 시리즈는 언제 나올까

방송 이후 시청자들이 보내준 뜨거운 반응은 두 PD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자신의 첫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된 전혜림 PD는 모든 피드백을 다 읽어보면서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

"댓글이 너무 큰 원동력이었어요. 좋은 댓글은 기운을 내려고 보고 안 좋은 댓글은 잘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해야 하니까 열심히 봤어요. 위로 받았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그런 게 필요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다든 고믾이 많은 시기였는데 따뜻한 분들이 모여서 따뜻하게 삶의 위로가 되는 방송이었으면 좋겠다 했었죠. 그게 1순위였어요."(전혜림 PD)

"저 같은 경우도 피드백을 열심히 찾아봤어요. '알쓸인잡'이 다른 시리즈와 달랐던 지점은 RM 때문이겠지만 외국 반응이 많아졌어요. 언어를 다 몰라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보고 했죠. 한국의 지식인들이 이야기를 하는 건데도 저 먼 미국땅에서 공감하시니까 신기했어요. 여러 나라에서 나온 피드백을 분석해서 어떻게 또 만들어갈지 궁금해져요. 정말 큰 변화였어요."(양정우 PD)

양 PD와 전 PD에게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어느 때였던 것 같은지 물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순간을 꼽았다. '잡학박사'들의 대화가 길어져 11시간 넘게 촬영을 이어갔던 첫 촬영 때였다.
긴 시간 찰영을 헀음에도 이호 교수는 심지어 자신의 얘기를 할 기회를 얻지 못해 그 다음주 촬영에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

"11시40분 촬영을 결정하던 순간 9시30분쯤에 그만 끝낼까, 이대로 가도 되나를 두고 회의를 했어요. MC 두 분이 모여 내일 일정과 컨디션을 결정했고요. 선생님들은 의지를 불태우시면서 2시간을 더 하자고 하시고, 남준씨는 다음날이 뮤직비디오 촬영일이었는데 그 일정을 조정하면서 '선생님들이 원하시면 해봐야겠다, 듣고싶다'고 했고요. 그런 것들이 고맙고 인상적이었어요. 다들 잘 만들고 싶구나. 첫 촬영, 그날 밤이 기로였어요."(양정우 PD)

"저도 그 순간이 너무 기억이 나요. 겁이 났어요. 다들 너무 지쳤고. 그래서 그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 선배님이 하자고 해주신 것을 따른 게 너무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1회 편집 하면서 깨달았어요. 그냥 그때 했었어야 했구나. 선배님이 계셔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저는 약간 '멘탈'이 나가기 직전이었거든요."(전혜림 PD)

새로운 '알쓸' 시리즈는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두 사람 모두 기약할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 '이런 분을 초대해보면 어떨까'를 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예능 제작하는 모든 PD가 늘 처해있는 상황이에요. 플랫폼이나 제작사가 많으니까요. 불과 2,3년 전에만 해도 한 시즌이 끝나면 쉬었다가 당연히 tvN에서 (프로그램을) 틀고 했었거든요. 이제는 어떤 매체로 나갈까, 그렇다면 어떤 브랜드, 기획 아이템이 맞을까, 이런 것들을 줄줄이 고민해야 하죠. 그런 것들을 찬찬히 생각하면 늦어질 수도 있고 또 그러다가 마침 선생님들이 하자고 하시면 또 달려갈 것 같기도 하고요. 늘 생각하고 있어요. '알쓸' 시리즈는 감사하게도 일종의 브랜드로서 확장되고 있어요. 이런 형식이 어떻게든 잘 커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양정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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