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백자'의 황홀, 당신을 홀리다…리움 '군자지향'展
2023.02.26 07:01
수정 : 2023.02.26 07:01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조선백자 185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백자가 수십개지만 중요하지 않다. 나머지 백자 하나하나도 모두 '국보급'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
역대급 조선백자전인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이 리움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28일 개막해 5월28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도자전에서 주로 사용한 장식기법이나 주요 기종에 맞춰 소개한 방식에서 탈피해 방대한 조선백자를 총괄 소개하는 동시에 그 안에 투영된 조선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함께 살핀다.
전시는 △절정, 조선백자 △청화백자 △철화·동화백자 △순백자 4부로 구성돼 소개한다.
1부 '절정, 조선백자'에서는 국가지정문화재의 절반이 넘는 31점과 그에 준하는 국내 백자 3점, 해외 소장 백자 8점 등 최고 명품 42점을 한 공간에 모아 이번 전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조선 초기 청화백자 중에서도 당당한 형태와 화려한 그림 장식으로 널리 알려진 '백자청화 매죽문 호'(국보), 고려의 매병에서 조선의 호로 변해가는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주는 '백자청화 홍치명 송죽문 호'(국보), 특유의 강렬한 색과 묵직한 힘으로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백자철화 포도문 호'(국보) 등이 있다.
또 조선의 절제된 화려함과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조형감각이 빚어낸 수작 '백자청화철채동채 초충난국문 병'(국보)과 조선초기 백자가 가진 순백의 아름다움과 품격 높은 기형을 두루 갖춘 '백자 개호'(국보), 생활의 미를 추구하며 티 없이 깨끗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백자 달항아리'(보물) 등을 만날 수 있다.
2부 '청화백자'에서는 하얀 바탕에 푸른색 안료로 장식한 청화백자에 나타나는 문양의 변화를 통해 위엄과 품격, 그리고 새로운 영향에 의해 변모해가는 혁신의 변모를 선보인다.
높이 60㎝가 넘는 크기로 현존하는 용이 그려진 항아리 중 가장 큰 크기인 '백자청화 운룡문 호', 상상의 꽃인 보상화를 백자의 형태와 장식 공간에 맞춰 적절히 변형한 '백자청화 보상화당초문 잔받침', 소나무와 매화의 세부적인 표현과 안료의 농담 활용이 뛰어난 '백자청화 송매문 호' 등이 전시된다.
청화를 바탕으로 동 안료를 더한 '백자청화동채 모란문 호'는 화려함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민화의 대표적인 소재인 '까치와 호랑이'가 등장하는 '백자청화 송하호작문 호', 각진 병을 차례로 포갠 듯한 특이한 형태의 '백자청화 서수문 각병' 등을 통해서 새로운 문양 소재와 형태가 도입되는 변화를 소개한다.
3부 '철화·동화백자'에서는 조선 중기에 일본, 중국과의 큰 전란으로 청화 안료의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등장한 철화백자 특유의 강렬함과 변화무쌍한 색변화를 통해 독특한 미의 세계를 선보인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중앙에서 만든 '백자철화 운룡문 호' 중 최대 크기로 힘찬 용의 표현과 박력있는 구름이 인상적인 '백자철화 운룡문 호', 꽃 모양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선으로 그리고 뒷면에 가지와 너른 잎들을 여백을 두고 표현해 인상적인 '백자철화 초화문 호' 등은 청화백자와는 또 다른 품격을 선보인다.
지방에서 제작된 철화백자와 동화백자는 정겨우면서도 소박한 정취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아이들의 그림처럼 우스운 모습으로 용이 그려진 '백자철화 운룡문 호'는 중앙에서 만든 위엄있는 용 그림의 항아리와 비교되어 재미를 더한다.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은 중앙에 연잎을 시원스럽게 그리고 꽃잎마다 끝부분을 채색해 화려함을 더해 강렬한 안료의 색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 4부 '순백자'에서는 흰 눈같이 맑고 청명하다가 우윳빛 같기도 하고 푸른빛이 반짝거리는 벽옥 같은 색을 선보이는 순백자의 고요하게 응축된 색을 만나볼 수 있다.
조선 전기 만들어진 '백자 호'는 눈처럼 흰 빛깔로 단정하고 산뜻한 순백을 보여주고, 조선 후기의 '백자양간 연판문 병'은 몸체를 깎아 표현한 3중의 연꽃 잎과 음각선으로 표현한 잎맥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청초한 색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선보인다.
지방에서 만들어진 백자는 생활용기를 중심으로 제작되었고 중앙에서 만든 백자의 담백한 흰색과 다르게 회색이 서려 있거나 갈색조를 보이기도 한다. 지방 백자에 담긴 색은 거친 바탕과 수수한 겉모습으로 친근함을 느끼게해 오늘날의 생활용기로도 손색이 없다.
이번 전시는 국내 8개 기관(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부산박물관, 호림박물관, 간송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동국대학교박물관)과 일본 6개 기관(도쿄국립박물관, 일본민예관, 이데미츠미술관,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 야마토문화관, 고려미술관) 등이 참여하여 다채로운 작품이 출품되었다.
전시를 담당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조선백자의 최고 명품부터 수수한 서민의 그릇까지 백자의 다양한 면모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라며 "아름다운 문양과 같은 외적인 형식과 의식을 반영한 형태와 같은 내적인 본질이 잘 조화된 조선백자의 진정한 매력을 '군자'의 덕목과 연결시켜 새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리움미술관 누리집에서 티켓을 예약해야 한다. 한 번의 예약으로 동시에 열리고 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위'(WE)전도 관람 가능하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