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SMP상한제 종료...한전, 올해도 '첩첩산중
2023.02.27 16:12
수정 : 2023.02.27 16: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오는 3월부터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종료되면서 올해 한국전력의 적자 폭이 지난해에 비해 더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SMP는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일종의 도매요금이다. 발전사 지불 대금이 늘어나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요금 인상 자제로 정책을 선회하면서 유의미한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워져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32조6034억 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냈다. 2021년 한전의 영업적자 규모(5조8465억 원)와 비교하면 5.5배 넘게 커진 것이다.
전체 매출은 늘었다. 그럼에도 영업 손실이 급증한 것은 연료비 상승에 따른 영업 비용 증가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자회사 연료비는 15조1761억 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20조2981억 원 늘면서 영업 비용은 총 37조3552억 원(56.2%)이나 급증했다.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늘어난 데다 LNG·석탄 등 연료가격 급등으로 SMP도 두 배 이상 오른 탓이다.
앞으로 한전의 경영상황은 더 악화될 여지가 많다. 한전의 적자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했던 SMP 상한제가 3월엔 일시 중단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는 SMP 상한제 통과를 허용하면서 연속해서 3개월을 초과해 적용하지 않도록 조건을 달았다. 12월부터 SMP 상한제가 시행됐다. 따라서 3월엔 SMP 상한제를 시행할 수 없다. 지난 1월 기준 SMP가격은 ㎾h(킬로와드시)당 250.81원이며 1월의 평균 정산단가는 1㎾h당 162.59원이었다. 한전이 ㎾h당 90원 가까이 싸게 전기를 발전사로부터 싸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3월에는 시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SMP 상한제는 3월 상황을 고려해 4월에 다시 진행할 수 있다. 지난해 SMP상한제에 반발한 민간발전사들의 반발이 또다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채권발행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말 한전법 개정을 통해 한전의 채권발행한도를 기존 한해 동안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 2배에서 6배로 올렸다. 이에 따라 올해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는 103조원 수준이다. 현재 한전의 회사채 발행 누적액은 76조1000억원으로 한도 잔액은 26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적자 상황에서 한전이 31조8000억원어치 한전채를 발행한 점을 고려하면 새 한전법이 적용된 첫 해에 채권발행한도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
정부보증채권인 한전채 발행량이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다른 회사채의 수요를 빨아들인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생기게 된다. 한전채 발행을 줄이려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이에따라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2·4분기 전기요금 인상여부가 주목된다. 한전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2026년까지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선 2023년 연간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한다고 밝혔다. 올해 분기별로 51.6원을 고르게 나눠 올려도 적자는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인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적자 부담은 1조3000억 원보다 더 커지는 것이다.
한편 산업부는 한전의 적자 부담을 최대한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과 SMP 상한제 연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