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현 "'빨간풍선'으로 재발견? 내일 없이 연기…한단계 성장" ②
2023.02.27 07:02
수정 : 2023.02.27 07:02기사원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홍수현은 지난 2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빨간풍선'(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빨간풍선'은 우리 모두가 시달리는 상대적 박탈감, 그 배 아픈 욕망의 목마름, 그 목마름을 달래려 몸부림치는 우리들의 아슬아슬하고 뜨끈한 이야기를 드린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우리 갑순이' '왜그래 풍상씨' '오케이 광자매'를 히트시킨 문영남 작가가 집필했다.
홍수현은 극 중 화려한 외모에 뒤끝 없는 쾌활한 성격을 지닌 보석디자이너 한바다 역을 맡았다.
홍수현이 '빨간풍선'에서 주목받은 장면은 단연 한바다와 고차원, 조은강의 삼자대면신이다. 한바다가 고차원 조은강의 불륜 사실을 알고 독설을 내뿜는 장면으로, 당시 대본의 대사량은 6장에 달했고 홍수현은 이를 NG 없이 해내 현장의 찬사를 끌어냈다. 홍수현은 "혼자 외로웠는데 시청자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을 내 은강과 차원을 응징해준 것 같다"고 고백했다. "내일이 없이 연기했다"고 털어놓을 만큼, 열연을 쏟아부은 홍수현. '빨간풍선'을 통해 또 한 번 재발견을 이룬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②에 이어>
-바다와 닮은점도 있었나.
▶모든 캐릭터를 할 때 저와 비슷한 걸 찾는 게 첫 번째인 것 같다. 바다가 되게 순수한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비슷하다 생각했다. 바다를 연기하며 저는 완전히 바다였다. 필터 없이 말하는 점은 완전히 다르다. 자칫 필터 없이 얘기하는 캐릭터가 이상해보일 수 있는데 그래서 순수함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또 14부 엔딩 때 둘의 불륜을 알아내는데 저 같으면 3~4부 때 다 알았을 것 같다.(웃음)
-감정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
▶소모는 엄청 된다. 계속 리딩할 때부터 은강과 차원이 모습을 봐오다보니 몰입이 된 거다. 부들부들 떨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항상 깊이 몰입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더 몰입이 잘 됐던 것 같다. 그간의 감정이 쌓이다 터진 거니까 후반부에는 더 몰입됐다. 그래서 20회까지 방송을 하고 엔딩을 보고 나서야 바다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극 중 이상우와 부부 호흡은 어땠나.
▶편했던 것 같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배우로서 대화를 많이 했다. 평소에도 '오빠 나 이 신 이렇게 할 걸 괜찮았어?'라고 자주 물었고, 연기적인 얘길 많이 했다. 말수가 별로 없으신데 엉뚱한 매력이 있어서 재밌었다. 오빠는 연기가 안 될 때 집에서 샤워하면서 소리지른다더라. 나도 해봐야겠다 했다.(웃음) 정말 편했던 배우였다.
-극 중 이상우와 서지혜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도 나왔다.
▶최대한 안 아프게 기술적으로 때리려고 했고, 실제로는 많이 안 맞았다. 딱 방송 나온 것만큼 맞았다. 보통은 방송 나온 것보다 두 배 맞는다. 그래서 힘들다. 이상우 오빠는 따귀도 맞고 주먹도 맞아서 힘들었을 거다. '오빠는 왜 이렇게 대사가 없냐, 왜 이렇게 몸으로 때우냐'고 했다.(웃음)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았나.
▶15분간 은강과 차원에게 얘기하는 신이 있다. '나는 죽지도 못하고 오롯이 견디고 있어'라는 이런 대사들이 마음이 아프게 느껴져서 힘든 신이었다. 두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아버지 무덤을 찾아간 장면도 있었다. 그때가 가슴에 와닿았다. 제일 통쾌했던 대사 중에는 19회 엔딩신에서 은강이에게 "기생충이니?"라는 대사가 있다. 시청자들이 가장 원했던 대사가 아닐까 한다.
-홍수현의 연기에 대한 재발견이란 반응도 나왔다.
▶재발견 그런 얘기는 10년 전에도 있었다.(웃음) 즐길 것까진 아니더라도 기쁘고 축하 받고 싶다. 지금은 드라마도 끝났고 '이제 축하받고 가야지' 한다.
-홍수현의 연기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
▶터트릴 수 있는 건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터트리는 것 같다. 좋은 생각하고, 좋은 인간으로서 잘 살다 보면 그런 기회를 만났을 때 터트릴 수 있는 것 같다. 평소에 제대로 살지 못하면 그런 어떤, 배우로서 확장된 세계를 보여줄 수 없다.
-배우로서 활동한 지 벌써 23년차다.
▶23년 차이지만 여전히 재밌고, 뭔가 더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연기란 게 뭔가 끝이 없더라. '내가 잘 했어' '뛰어넘었어'라고 해도 다른 게 있더라.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작품을 통해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예술이라는 것이 이런 점이 가능하다는 게 좋더라. 남들보다 더 응원을 받을 수 있어서도 좋다.
-그간 부침이 있었던 시기는 없었나.
▶답답한 시기는 있었다. 배우 직업은 더 심할 수도 있다. 내가 계획대로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시켜줘야 하는 할 수 있는 직업이니까. 날 언제 시켜줄지 막연하니까 힘든 기다림이다. 그래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더라. 하지만 그런 기다림이 있어서 이런 기회를 바라보며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때부터 연기가 더 꽃이 필 수도 있다. 저 역시도 한번 더 꽃을 피우고 감동이든 영감이든 도움을 주는 예술가로서 살고 싶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로 꽃을 피웠다고 생각이 드나.
▶'빨간풍선'은 저한테도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드라마였다. 연기하면서 저도 바다로서 바다를 응원하고 싶었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로 인해 힘을 냈다. 저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응원에 힘 입어서 연기를 더 즐겁게, 행복하게 할 수 있었다.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연기를 열심히 했다. 더 꽃피울 시기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지금 꽃을 피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혼 이후 배우로서 변화된 점이 있나.
▶저는 없는 것 같다. 똑같다고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는데 차이점을 못 느끼겠다.
-결혼 이후 바다와 같은 역할을 맡았을 때 조금 더 몰입이 된 점도 있었나.
▶당연히 경험이 제일 좋은 연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한 연기를 해보니까 경험이 없어도 가능한 것 같다. 애가 있어야 모성애 연기가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듯, 연기란 게 그렇다. 물론 경험이 더 많은 표현에 도움이 된다. 결혼을 안 했어도 바다 입장에선 여전히 화가 날 것 같고 힘들 것 같다.
-남편이 응원해주나. 결혼하고 배우 활동도 더욱 안정적인지.
▶남편이 드라마를 좋아하고 '빨간풍선'도 좋아했다. 결혼하고 너무 달라지면 그것도 좋은 건가 싶은데, 저는 비슷하다. 집안 일도 사실 비슷하다. 결혼하고 제가 쉬고 그런 게 아니었다. 계속 일을 했왔기 때문에 사실 저는 변화를 딱히 못 느끼겠다.
-다음 작품은 어떤 역할과 장르를 해보고 싶나.
▶이번엔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는 매운맛을 했다. 다음에는 조금 순한 맛의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연기는 당연히 제일 좋아하는 분야이니까 계속 하지만 진행도 재밌어 해서 진행 같은 것도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다. 요즘에는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나 OTT도 많다. 이쪽은 소재가 다르니까 다른 소재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