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커리어' 감독을 선택한 한국 축구 … 클린스만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2023.02.27 21:12
수정 : 2023.02.27 23: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축구에 역대급 이름값의 소위 '네임드' 감독이 부임했다. 바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8)이다.
물론, 무리뉴라든가 과르디올라같이 클럽팀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은 아니다.
화려하기로는 클린스만 감독 위에 설 인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
# 3년의 현장 공백 … 한국에게는 행운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클린스만 감독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마르셀로 비엘사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을 비롯해 치치 전 브라질 감독과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모로코 감독, 로베르트 모레노 전 스페인 감독 등 여러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문제는 몸값이었다.
현 시점에서는 한국이 연봉을 감당하기는 지나치게 벅찬 인물들이었다.(벤투 감독의 연봉은 130만 유로, 한화로는 약 18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클린스만은 현장을 떠난지 2년이 넘었다. 또한, 최근 실적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약 3년동안 현장을 떠나있었다는 것이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협상에서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몸값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현장 공백이 있지 않았다면, 이정도 몸값으로 클린스만을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엘사나 모레노 등 위 후보들은 아예 협상조차 되지 않는다.
# 그는 분명 성공한 국가대표 감독 … 그의 유명세는 덤이다
클린스만 감독을 영입하면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바로 유명세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시절 '전차 군단' 독일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한 '레전드'다. 독일 국가대표로 108경기에 출전해 47골을 터뜨렸고, 특히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3골을 넣으며 당시 서독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1994 미국, 1998 프랑스 대회까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섰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땐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 출전해 2골을 넣으며 독일의 3-2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당시 클린스만이 넣은 첫 골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의 최고의 골 중 하나다.
현재 전세계 국가대표 감독 중 클린스만보다 유명했던 선수는 거의 없다. 수장의 유명세는 한국 축구의 격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 축구를 알리는데에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클린스만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는 성공한 지도자다. 한국은 클럽팀이 아닌 '국가대표 감독'을 찾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스만의 이력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클린스만의 독일은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다. 우승까진 이루지 못했으나 상위권 성적을 거둔 이후 지휘봉을 내려놓고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간 클린스만 감독은 2008년 친정팀인 바이에른 뮌헨을 맡아 감독으로 복귀했다.
또한, 2011년 7월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그는 2013년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우승을 지휘했고, 20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선 16강에 진출하며 굵직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한국에 온 역대 감독들과 비교해봐도 수준급 커리어다.
# ‘재택근무 배제’ 계약 조항에 넣었다... '독일통' 차두리 코치도 있다. 제2의 뢰브?
클린스만을 이야기할 때 꼭 따라붙는 것이 바로 재택근무 논란이다. 그는 처음 지휘한 프로팀에서 그는 1년도 버티지 못하고 경질됐다.당시 뮌헨이 분데스리가 3위에 머물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스페인)에 대패하며 8강 탈락하는 등 부진했다.
2019년 11월 부임한 독일 헤르타 베를린은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선 '흑역사' 같은 곳이다.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고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두 달을 버티지 못했고 10경기 만에 팀을 떠나는 굴욕을 맛봤다. 여기에 독일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람은 “클린스만은 체력 훈련 이외에는 시킨 것이 없다”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전술을 당시 수석코치였던 뢰브에게 일임했다는 이야기가 정설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차두리(43, FC서울 유스디렉터)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 그는 한국과 독일 축구에 모두 능통한 유일한 인물이다. 독일어도 출중하다. 차붐의 아들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월드컵 코치 경험도 있다.
훌륭한 보좌관이 있다면 클린스만의 선수단 장악능력은 훌륭하다는 것이 외신의 평가다. 차두리 또한 클린스만 밑에서 감독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제2의 뢰브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차두리 코치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여기에 재임 기간 한국에서 머무른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삽입한 만큼 '재택근무' 논란은 더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의사가 강하다. 그렇지 않다면낯선 한국에서의 체류, 낮은 연봉을 모두 감수할 이유가 없다.
과거와 같은 소위 '도망' 사례가 또 발생하면 그의 감독 커리어는 사실상 종료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 명장이 필요한 한국, 재기 발판 필요한 클린스만... 모두가 웃을 수 있을까
독일과 한국은 축구사에서 서로에게 친숙하다. 차범근(70)이라는 독일 축구 영웅이 한국에 있다. 이재성(마인츠)같은 선수도 독일 분데리스그에서 뛰고 있다. 2023년 분데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이재성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에서 독일이 한국을 꺾었고, 2016년 러시아 카잔에서는 한국이 독일을 예선탈락 시킨 질긴 인연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도 한국과 경기를 해봤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역대로 독이든 성배로 불린다.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황제같은 자리지만, 수많은 비판도 따라붙는다.
과거 1994년 아나톨리 비쇼베츠(러시아) 감독을 시작으로 적지 않은 외국인 사령탑이 거쳐 갔으나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끝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클린스만 감독도, 한국 축구도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