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내내 이어진 과음·사고…오은영 "가장 심각, 상담 자신없어"

      2023.02.28 08:54   수정 : 2023.02.28 08:54기사원문
MBC 캡처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결혼지옥' 술 때문에 갈등을 겪는 부부에게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가 상담을 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는 결혼 생활 내내 술을 마시고 각종 사고를 쳤다는 남편과 그 때문에 병까지 얻었다는 아내가 출연했다.

포장마차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다 인연이 됐다는 두 사람,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음주 때문에 이제는 이혼을 결심하고 오은영 박사를 찾아왔다고 고백했다.

25년 내내 이어진 남편의 과음과 사고 때문에 술 자체가 트라우마가 됐다는 아내. 결혼 초반부터 매번 '금주 각서'를 작성하며 다짐을 받았지만, 효력은 2~3일뿐이었다며 답답해했다.

반면 남편은 자신에게는 전혀 술 문제가 없고, 이 자리에 왜 나와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섰다.
부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던 오은영 박사는 이제까지 다룬 술 문제 중에 오늘 나온 남편이 가장 심각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녹화 최초로 이번 상담은 자신이 없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오은영 박사가 전에 없이 이런 말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제까지 출연한 부부들은 술 외에도 성격 차이, 소통 불가 등 다양한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당장 술을 끊지 못하더라도 다방면으로 노력하면 조금씩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오 박사의 생각. 하지만 이번 부부는 가진 문제의 100%가 술 때문인데 남편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니 반전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신혼 초부터 남달랐던 남편의 음주 일상이 지긋지긋하다는 아내. 술자리에서 집단 폭행을 당해 입원하는가 하면 모르는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남편을 찾으러 가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심지어 젊었을 때는 술을 마시고 외도까지 했었다고 토로했다. 아내의 폭로에도 남편은 "술은 맛이 있어서 끊지 못한다. 한 번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며 지독한 술 사랑을 과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내의 걱정이 더 깊어진 데에는 심각한 이유가 있었다. 7개월 전 갑상선 림프절 전이암 수술을 받았던 아내. 더구나 현재 폐까지 암세포가 전이돼 추적 관찰 중이기 때문. 이런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남편은 앞으로 반드시 자정 안에는 귀가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그날 오후 5시부터 어김없이 시작된 남편의 술자리.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어버리고, 남편은 각서를 작성한 날에 바로 이를 어기며 헐레벌떡 들어왔다. 변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아내는 또 한 번 절망했다.

영상을 지켜보던 오은영 박사는 남편이 술을 마시는 양상으로 봤을 때 알콜사용장애가 의심된다며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사용하는 체크리스트를 꺼내들었다. 총 11개의 항목 중 2개 이상 해당되면 알콜사용장애를 의심한다는 게 오은영 박사의 설명. 체크리스트에 진지하게 답한 남편은 자신이 7개에 해당한다고 답했는데. 이에 오은영 박사는 나머지 4개의 항목에도 남편이 해당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촌철살인을 날렸다. 오 박사는 현재 남편의 알콜사용장애 정도라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했다.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아내는 딸과 함께 산책길에 나서며 마음 깊은 곳의 진심을 털어놨다. 만약 자신이 세상을 먼저 떠나게 되면 남겨질 부녀의 사이가 멀어질까 두렵다는 것. 딸 역시 20년 내내 술 문제로 엄마를 힘들게 한 아빠와 서먹하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혹시 엄마가 떠나더라도, 그냥 엄마가 옆에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아빠 미워하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라고 당부했다. 그날 저녁 술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듯 퇴근하자마자 집에 온 남편은 오랜만에 가족과 치킨 파티를 가진다. 하지만 전날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술을 자제하는 테스트를 스스로 해보겠다며 또다시 술병을 꺼내 들었다.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술을 먹으려 하는 남편의 모습에 하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영상을 못 보겠다'며 괴로움 속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술을 마실 때마다 생기는 새로운 변명 탓에 남편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라는 아내. 술로 인해 벌어진 부부 싸움을 지켜보던 딸 역시 "엄마 아빠의 빈번한 갈등을 본 이후로 결혼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 MC들을 경악에 빠뜨리기도 했다.

방송 말미 아내는 제작진을 통해 남편과 딸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남겼다. 아내의 진심 어린 마음을 들은 남편은 이윽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른 남편은 "이 정도로 아내가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라며 술을 끊겠다고 공개 선언해 MC들의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 오은영 박사 역시 남편의 금주를 응원하며 먼저 술을 거절하는 연습을 해보길 권고했다.
주변 지인에게도 단주 사실을 알려 술을 권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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