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을 보지 못하는 사내의 요도에 OO을 넣어서 배뇨를 시켰다

      2023.03.04 06:00   수정 : 2023.03.06 14: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내가 있었다. 소변양이 조금씩 줄더니 급기야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물은 마신 것이 있어 이미 방광에 소변이 차 있었으나 소변을 보지 못하니 아랫배가 뻐근하면서 볼록하고 부어오른 듯 했다.

사내는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기에 ‘뭔가 문제가 있구나’ 직감을 하고서는 인근에서 가장 큰 약방을 찾았다.
약방에는 규모에 맞게 환자도 많았고 의원들도 여럿 보였다. 아마도 스승과 그 밑에서 의술을 사사받는 제자들인 듯 했다. 사내가 약방에 도착하자 가장 앳돼 보이는 의원이 사내에게 불편한 증상을 말해 보라고 했다.

사내는 “내가 지금 소변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의원을 좀 불러 주시오.”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나 앳된 의원은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것이 어찌 그리 대수란 말이요. 이 약방에서는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진료를 받을 수 없소. 나한테 먼저 소상하게 말해 보시오.”라고 하는 것이다.

어린 의원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사내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며칠 전부터 소변이 잘 나오지 않더니 어제 점심부터는 소변을 아예 보지 못했네. 예전에는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양이 많아서, 혹시 물을 덜 마셔서인가 해서 어제 저녁밥과 오늘 아침밥을 먹으면서 국물도 모두 마시고 물도 더 많이 마셨는데, 이렇게 벌써 해가 중천을 지나가는데 소변을 한 방울도 보지 못하고 있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의원은 붓으로 사내의 증상을 적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내를 데리고 한 방의 침구실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자신의 선배인듯한 의원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막내 의원은 선배 의원에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사내의 증상을 설명했다. 선배 의원은 사내를 눕히고서는 윗옷을 급히 젖혀 올리고 아랫배 복진을 했다. 아랫배는 정말 소변이 가득 차 있는지 볼록하고 튀어 올라 있었다. 손가락을 대고 타진을 해 보니 물이 차 있는 듯 튕기는 듯한 탄성이 느껴졌다.

선배 의원은 침을 놓고자 했다. 그래서 기허(氣虛)와 신허(腎虛)로 보고 아랫배의 기해혈과 관원혈, 그리고 발목 부위의 삼음교와 태계혈에 자침했다. 그러나 반응이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동료 의원이 지켜보더니 변증(辨證)이 잘못되었다면서 사내를 옆드려 놓고서는 허리에 있는 신수혈, 삼초수혈, 소장수혈에 침과 뜸을 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사내는 소변을 보지 못했다.

사내는 “어떻게 좀 해 보시오!”라고 고통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동료 의원들이 모여들었다. 자초지종을 설명을 듣더니, 서로서로 사내의 진맥을 해 보고서는 치료방법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 의원은 “이 사내는 뇨폐증(尿閉症)이요.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것은 크게 급한 병과 오래된 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뇨폐는 급한 병으로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민간에서는 이것을 소변불통(小便不通)이라고 부르지요.”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의원은 “저도 뇨폐증에 동의하오. 그런데 소변불통에는 기와 혈의 차이가 있습니다. 갈증이 나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열이 상초의 기분(氣分)에 있는 것이므로 청폐산을 써야 하고, 갈증이 없으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열이 하초의 혈분(血分)에 있는 것이므로 자신환을 써야 합니다. 혹시 지금 갈증이 있소 없소?”하면서 사내에게 물었다.

사내는 “방광에 소변이 더 찰까 봐서 물을 안 먹고 있으니 갈증이 있기는 한데, 지금 갈증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고 내 소변 좀 빼주시구려~ 아이고 배야~”하면서 고통스러워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의원이 거들었다. “소변불통이 되면 배꼽 아래 부위가 사발을 엎어놓은 모양 같고 아프고 답답하여 참을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 이 사내의 증상이 여기에 들어 맞는 것 같소. 여기에는 2가지 치료법이 있는데, 제대로 기화(氣化)하지 못하여 통하지 않을 때는 이진탕을 빈 속에 먹이고 이후 토법(吐法)을 함께 써서 기(氣)를 끌어올려야 하고, 하초(下焦)에 어혈(瘀血)이 있어서 통하지 않을 때는 도인승기탕 등의 처방으로 어혈을 깨뜨려야 하오. 지금 보니 이 사내는 담(痰)의 기운이 폐의 기운을 막고 있는 듯하니 토법을 써야 하소. 폐는 상초(上焦)이고 방광은 하초(下焦)이니 상초가 막히면 하초가 막히게 되지요.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기구를 쓸 때 반드시 윗구멍을 열어 주어야 아랫구멍으로 물이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요.”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가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나 죽네.”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얼굴은 식은 땀이 가득했고, 얼굴빛은 검붉어졌다. 고통을 참다못해 실신할 지경이었다. 사내가 지르는 소리는 마치 덫에 걸린 멧돼지 소리와도 같아 온 약방을 뒤흔들었다. 이 소리를 들은 옆방에서 진료를 하던 스승이 왔다.

스승이 “무슨일이냐? 이 환자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냐?”하자, 한 제자 의원이 사내가 소변을 보지 못해 고통스러워 한다면서 서둘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스승은 “지금 뒷마당 텃밭에 가서 가느다란 어린 파를 몇 개 뽑아 오너라. 그리고 부엌에 가서 소금도 한 주먹을 가지고 오거라.”하고 시켰다.

제자가 파와 소금을 가져오자, 스승은 대침 굵기보다 약간 굵은 파를 골라 파줄기의 양쪽 끝이 모두 뚫린 것을 확인하고 나서 굵은 소금을 자잘하게 부수더니 파줄기 안에 소금가루를 집어 넣었다. 그랬더니 힘이 없던 파가 소금이 들어가자 꼿꼿해졌다. 그리고 사내의 성기를 잡고 나서 파줄기를 요도 안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1촌, 2촌, 3촌.... 파는 서서히 밀려 들어갔다. 거의 한 뼘 정도 들어가더니 파줄기 안의 소금이 소변과 함께 천천히 밀려 나왔다. 벌써 따뜻한 소변 때문에 소금이 녹고 있었다.

“아~~~~ 휴~~ 이제 살 것 같습니다.” 소변은 한꺼번에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소변이 나왔다. 사내는 파줄기를 통해서 한참 동안 소변을 보더니 볼록했던 아랫배는 가라앉았고, 얼굴에 난 식은땀도 멈췄다.

제자들은 어리둥절했다. 파줄기를 이용해서 소변불통을 치료하는 장면을 처음 본 것이다.

한 제자가 “스승님 이것은 어떤 치료법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스승은 “이 치료법은 총관배뇨법(葱管排尿法)이다. 소변불통(小便不通)이나 전포증(轉脬症, 소변불통의 일종)으로 인해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을 치료하는 응급처치법으로 매우 신속한 효과가 있다. 내가 전에도 이 처치법으로 몇 사람을 치료하고 효과를 본 적이 있다. 이미 의서에 나와 있지만, 너희들은 환자가 오면 항상 침통만 흔들고 약방문만 써내려 했기에 놓쳤을 구문이다.”라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러자 약방에서 가장 오랜 시간동안 의술을 공부한 제자가 “스승님, 그렇다면 갈대도 속이 비어 있으니 철심으로 막힌 마디 부분들을 뚫어 구멍을 내어 사용해도 좋겠습니다. 갈대는 가늘고 단단해서 총관(葱管, 파줄기) 보다 편리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자, 스승은 “그래, 그것도 훌륭한 생각이구나. 만약 너의 경험을 문헌으로 남긴다면 노관배뇨법(蘆管排尿法)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라고 칭찬을 했다.

제자들은 처음보는 응급처치술에 감탄하면서도 놀랐다. 마치 먹이를 달라고 하는 제비 새끼들 마냥 스승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스승은 이어서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간혹 용의(庸醫, 용렬한 의사) 열명의 의견보다 지의(知醫, 지혜로운 의사) 한명의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일순간의 판단에 환자의 생명이 달렸기에 환자의 치료에 있어 분분한 의견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너희들이 서로 간의 의견을 취합해서 변증하고 약을 조제해서 전탕해서 환자에게 먹이고자 했겠지만, 약을 먹이기도 전에 환자가 이미 죽었다면 그 어떤 비방이라도 소용이 있겠느냐? 환자가 급증으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있다면 언제 변증을 하고 약을 다려서 먹일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그러자 어린 제자 중 한명이 “스승님, 그렇다면 이 환자는 변증이 필요없던 것입니까?”라고 당돌한 질문을 했다.

그러자 스승은 “껄껄걸” 웃으며 “이런 급증에는 변증이 의미가 없다. 미리 가루약이나 환약을 만들어 놓았고, 또한 침이 있다 할지라도 약이나 침, 뜸으로 해결하지 못할 위급증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변증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급증이 해결되었으니 이제부터 차분하게 이 환자에게 왜 소변불통증이 생겼는지 천천히 진찰해서 원인을 파악하고 처방을 내리도록 하거라.”하고서는 다시 자신의 진료실로 건너가 환자들을 돌봤다.

이처럼 옛날 의원들도 환자가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를 살릴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환자를 살렸던 방법과 치료법들은 기록으로 남겨 후학들에게 검증을 받았다. 루시루험(屢試屢驗). 여러 번 시험해서 여러 번 효과를 봤다는 의미다. 경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 제목의 ○○은 총관(葱管)입니다. 총관(葱管)=파줄기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본초강목> 王璆百一方. 葱葉亦可用. 又葱管吹鹽入玉莖內, 治 小便不通 及轉脬危急者, 極有捷效. 余常用治數人得驗. (왕구의 백일선방에서는 ‘파 줄기에 소금을 넣고 음경 속에 삽입하여 불어 넣으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 및 전포증으로 위급한 증상을 치료하는 데 매우 신속한 효과가 있다. 내가 늘 이것을 사용하여 몇 사람을 치료하고 효과를 보았다’라고 하였다.)
< 동의보감> 小便不通. 閉癃, 合而言之, 一病也. 分而言之, 有暴久之殊. 盖閉者, 暴病爲尿點滴不出, 俗呼小便不通是也. 癃者, 久病爲尿澁, 淋瀝點滴而出, 一日數十次, 或百次, 名爲淋病是也.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 폐와 융은 합하여 말하면 하나지만, 급한 병과 오래된 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폐는 급한 병으로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이것을 소변불통이라고 부른다. 융이란 오래된 병으로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찔끔찔끔 나와서 하루에 수십 번이나 백여 번씩 누는 것이다. 임병이라고 하는 것이 이것이다.)
小便不通, 有氣血之異. 如渴而小便不通者, 熱在上焦氣分, 宜淸肺散, 如不渴而小便不通者, 熱在下焦血分, 宜滋腎丸. (소변불통에는 기와 혈의 차이가 있다. 갈증이 나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열이 상초의 기분에 있는 것이므로 청폐산을 써야 한다. 갈증이 없으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열이 하초의 혈분에 있는 것이므로 자신환을 써야 한다.)
小便不通, 臍下狀如覆椀, 痛悶難堪, 治法有二. 如氣不能化而不通, 則陳皮茯苓湯, 調木香ㆍ沈香末二錢, 空心服, 兼用吐法以提之. 如血汚於下而不通, 則用桃仁承氣湯之類方見寒門以破之. (소변불통이 되면 배꼽 아래 부위가 사발을 엎어놓은 모양 같고, 아프고 답답하여 참을 수 없다. 여기에는 2가지 치료법이 있다. 제대로 기화하지 못하여 통하지 않을 때는 진피복령탕에 목향·침향 가루 2돈씩 타서 빈속에 먹고, 토법을 함께 써서 기를 끌어올린다. 하초에 어혈이 있어서 통하지 않을 때는 도인승기탕 같은 것으로 어혈을 깨뜨린다.)
一人病小便不通, 諸藥無效. 丹溪曰, 此積痰病也. 積痰在肺. 肺爲上焦, 而膀胱爲下焦, 上焦閉則下焦塞, 比如滴水之器, 必上竅通而後, 下竅之水出焉. 乃以二陳湯先飮, 大吐之, 病如失. (어떤 사람이 소변불통이 있었는데 모든 약이 효과가 없었다. 단계가 “이것은 적담으로 병이 생긴 것으로 적담이 폐에 있는 것이다.
폐는 상초이고 방광은 하초이니 상초가 막히면 하초가 막히게 된다.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기구를 쓸 때 반드시 윗구멍을 열어 주어야 아랫구멍으로 물이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이진탕을 먼저 마셔 크게 토하게 하니 병이 씻은 듯 나았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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