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인수했는데, 에스파만 남았다?..대형기획사 '러브콜' 받는 스타들
2023.03.02 08:07
수정 : 2023.03.02 09: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놓고 카카오와 하이브, 얼라인파트너스가 벌이는 분쟁 과정에서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분쟁 대응에 회삿돈 수백억원이 쓰이며 곳간은 비어가고 소속 아티스트를 포함한 구성원의 이탈 우려도 커졌다. 분쟁이 장기화하면 회사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의 인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한 SM엔터 현 경영진은 경영권 방어에 수백억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전략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고용하는 데 약 25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 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도 여섯 곳이나 고용했다. 통상 한두 곳의 업체를 고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례없이 큰 규모다. 이들 업체에만 최소 10억~20억원을 지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샤이니 멤버 키는 지난 13일 정규 2집 리패키지 음반 발매를 기념해 온라인 생방송을 하다 "누구보다 공연하고 싶은데 어디에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가 지금 뒤숭숭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레드벨벳 멤버 슬기는 같은 날 연 팬 미팅에서 그룹 뉴진스의 '하입보이' 안무를 춰달라는 팬 요청에 "곤란한 일은 절대 안 만들려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뉴진스 소속사 하이브가 SM 대주주가 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됐다. 소녀시대 멤버 태연은 지난 17일 소셜미디어에 영화 '부당거래'의 대사인 "다들 열심히들 산다"는 글을 올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은 대거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하이브가 SM을 인수했는데, 모두 나가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최강창민, 유노윤호), 슈퍼주니어, 소녀시대(태연, 윤아, 유리, 효연, 써니),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슈퍼엠, 에스파 등 SM엔터 소속 아티스트 중 에스파를 제외한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 사이에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형 기획사는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온 아티스트를 접촉해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은 앞으로 SM에 남을 이유가 명백하지 않고, 개별 활동을 지원해주고, 수익 분배 면에서 유리한 중소 기획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며 "SM에 오래 남아있던 아티스트 대부분은 의리와 명분 때문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다른 대형 기획사에 흡수된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티스트의 이탈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SM을 먹여 살리는 주요 지식재산권(IP)은 NCT와 에스파인데, 이 두팀만 확보하면 현재 기업 가치에 큰 문제는 없고, 앞으로 선보일 신인들의 저력도 남아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