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기제공? 평화중재?…中, 우크라전쟁 '게임체인저' 되나

      2023.03.03 05:00   수정 : 2023.03.03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를 군사 지원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원 여부에 따라 전쟁의 판도가 바뀌면서 자칫 확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는 평화중재자 역할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



中, 겉은 '중재 외교행보' 속은 '美 견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여가 넘은 현재 중국은 준중립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으로 보내 미소 외교를 이어갔으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문서 2건을 내놨다.
우크라이나의 주권 존중과 러시아의 국가 안보 이익 보호,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 반대가 요지다.

영국 BBC방송은 왕이 위원이 친러 정부가 이끄는 헝가리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를 순방한 것은 이들 국가를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떠본 것으로 분석했다.

왕이 위원이 지난달 말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포럼에서 미국을 비판했으나 의도와는 달리 미국의 동맹국들의 불신을 더 키우는 등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싱크탱크인 독일 마샬 펀드의 연구위원 앤드루 스몰은 설명했다.

앞으로 관건은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밀접하게 가지면서 주장한 대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대신 평화로 이끌지 여부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살생 무기를 제공하려 하고 있으며 드론과 반도체 등 군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미국의 주장에 중국은 예상대로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BBC에 따르면 이 같은 불만을 왕이 위원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언급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중러 관계 전문가인 알렉산데르 코롤레프는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최근 평화 중재를 위한 외교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전에도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에 참가하도록 요청을 받았으나 뒤늦게 중재를 위한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은 결국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만약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정치적으로 또는 군사적으로 패배라도 한다면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필요한 든든한 동맹을 잃고 홀로 맞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중국의 무기 유입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일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만나 무제한 및 성역이 없는 협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중국은 무기 제공이나 군사 개입을 자제하고 대신 외교와 재정적으로 지원을 해왔다.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비살상용 드론과 기타 장비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판매했다.

러시아는 드론을 이란으로부터 지원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두나라는 러시아에 6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 용병단체 와그너그룹이 북한으로부터 로켓과 포탄을 구매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예상 밖으로 강하자 전쟁 기간동안 러시아는 대규모 징집과 용병단체, 수입 무기에 대한 의존을 높여왔다.

전쟁 발발 1년이 지났고 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

미국은 중국이 살상용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재 서방국들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으로 러시아가 밀려있으나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제공받을 경우 전쟁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호주 육군 예비역 준장인 전략가 믹 라이언은 “중국의 무기 유입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탄약이 제공될 경우 종류나 성능과 상관없이 바닥나고 있는 러시아에 힘을 주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고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中 무기 제공땐 서방 결속 강화·새 제재 직면"

중국이 자칫 자국의 이익 훼손을 우려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EU의 제재를 촉발시킬 수 있어 중국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중국의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미국과 동맹국들이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중국이 무기를 제공한다면 이란이나 북한 같은 제3국을 통해 우회해서 전달시켜 최대한 책임을 피하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중국이 러시아와의 무역을 늘리는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퍼스 커틴대학교의 안보전략 연구 전문가인 알렉세이 무라비에프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러시아가 기대와 달리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중국도 자국의 군사력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무리 군 퍼레이드가 화려하거나 요란한 대규모 연습을 해도 실제 전장에서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호주 자문위원회 위원인 제임스 카루소는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집중하면서도 중국의 지역 패권에 대한 견제는 여전하며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팽창에 주목하면서 미국과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군비 지출을 늘리게 만들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과 러시아 간 관계에서도 균형을 깨뜨리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저렴해진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구매하는 동시에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더 키워왔다.

서방국가로부터 에너지 불매와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자국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중국이 절대로 필요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렛대가 더 커질 것이며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양국 간 관계 불균형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호주국립대 전략방위연구센터의 매슈 서섹스 교수는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의 경제 정책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대 쉬러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국 내 에너지와 농산물, 광산물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으며 지정학적 갈등 고조는 탈글로벌화를 가속시키고 있어 중국의 성장 모델도 수출 지향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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