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확실성"에 금리인상 차 세운 한은..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경로 '안갯 속'
2023.03.02 16:21
수정 : 2023.03.02 16: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물가경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금리인상에 쉼표를 찍은 가운데 향후 국제유가 흐름과 공공요금 인상 영향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 폭과 시기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예상 밖으로 더디게 잡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 여건 변화 및 주요 리스크 점검' 이슈노트(물가동향팀 송상윤 외 5인 작성)에 따르면 향후 소비자물가가 둔화하되 잠재 리스크 요인들로 인해 둔화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
우선 국제유가와 관련해서는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확대, 러시아 감산에 따른 공급차질 등이 상방리스크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에서 3.5%로 내려 잡았지만 여전히 인플레 상방 압력이 있다는 얘기다. 중국경제 회복이 빨라지면 원유 수요 증가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또 중국 관광객 증가도 국내 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 감산 등에 다른 원유 공급 불안 가능성도 상방리스크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계획 일부를 하반기로 연기한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 폭 및 시기와 관련된 불확실성도 증대됐다. 최근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인상된 데다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을 고려할 때 인상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와 공공요금 상승이 근원물가로 전이돼 나타나는 2차 파급영향도 주목할 부분이다. 송 팀장은 이슈노트에서 "향후 국제유가 및 서비스 가격에 대한 이차 파급영향이 나타나면서 근원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특히 지난해 10월중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주택용보다 산업용에서 더 크게 상승한 점도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식료품·에너지 가격 등 비근원물가가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기대인플레이션, 노동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물가경로 예상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향후 1년간 일반인의 인플레이션 전망인 단기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7월 4.7%로 정점을 찍은 후 3%대로 하락하다가 공공요금, 농축수산물가 인상으로 2월 4.0%까지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노동시장 수급여건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을 낮은 편이나 향후 노동시장 여건변화가 근원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송 팀장은 "국내외 경제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대응에 따라 향후 물가 흐름뿐 아니라 경기 및 환율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라며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 외환·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교한 정책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2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서 어느 방향인지 모르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본 다음에 갈지 말지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물가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번 금리동결의 가장 큰 이유였다고 밝힌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