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부른 국민 테너 박인수, 美에서 별세
2023.03.03 07:50
수정 : 2023.03.03 07: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980~90년대 국민가요로 통하던 '향수'를 부른 테너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85세.
정지용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향수'는 1989년 음반 발매 이후 13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금도 클래식 성악가와 대중 가수의 협업인 크로스오버의 대표적 명곡으로 꼽힌다.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과일 행상, 신문 배달을 하면서 고학했다. 1959년 서울대 음대에 입학한 뒤 4학년 때인 1962년 슈만의 가곡 '시인의 사랑' 전곡을 부르며 성악가로 데뷔했다.
그는 1967년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1970년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과 맨해튼 음악원 등에서 수학했고,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라보엠', '토스카', '리골레토' 등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했다.
고인이 미국으로 건너간 뒤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줄리아드 음대 오디션에 합격한 건 지금도 한국 음악계에서 회자되는 일화다.
1983년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한 뒤 클래식 음악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소신에 따라 '향수'를 발표하고, 가수 이동원(1951~2021)과 함께 불러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노래는 1989년 발매 후 130만장 이상 팔렸다. 이 노래로 그는 '국민 테너'로 불렸지만,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불렀다는 이유로 클래식계에서 외면받으며 마음고생도 했던 걸로 알려졌다.
고인은 생전에 한 언론 인터뷰에서 "'향수'를 부른 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고, 사람들의 인생을 다양하게 이해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고인은 국내외 독창회 2000회 이상, 오페라에는 300회 이상 주역으로 무대에 섰고, 1990년대 '열린 음악회'(KBS)에도 단골 출연해서 한국방송대상을 받는 등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데뷔 50주년이었던 2012년까지도 매년 50여 회씩 무대에 섰던 '영원한 현역'이었다.
2003년 서울대에서 퇴임한 뒤 백석대 석좌교수와 음악대학원장을 맡았다. 2011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유족은 부인 안희복 전 한세대 교수, 아들 플루티스트 박상준씨가 있다. 장례 예배는 LA 현지에서 3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