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교수 "베풀면 나의 존재 가치 느끼게 될 겁니다"

      2023.03.05 06:31   수정 : 2023.03.05 06:31기사원문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3.2/뉴스1 xⓒ News1 장수영 기자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News1 장수영 기자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News1 장수영 기자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뒤 '지선아 사랑해' 에세이를 통해 많은 대중에게 희망과 감동 준 이 교수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23년만에 모교에 교수로 돌아왔다.

2023.3.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유민주 장수영 기자 = "힘들수록 오히려 베풀어 보세요"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얘기다. 좋은 말이고 옳은 말이다.
하지만 공감하기는 어렵다. 특히 실천은 더 어렵다.

지난 2일 1시간 가량 진행된 이지선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말이다. 23년 만에 모교로 돌아온 그가 제자인 동시에 후배들에게 가장 알려주고 싶은 것도 바로 이 말의 참뜻이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40번이 넘는 수술을 받아야했던 그였기에 말의 무게가 남다르다.

"만일 지금 당신이 힘들다면, 힘들수록 오히려 베풀어 보세요. 내가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 뒤바뀐 '운명'에도 23년 동안 베푸는 삶 실천

2000년 7월. 이 교수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음주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사고를 당했다. 자신의 신체 절반 이상(55%)에 3도의 중화상을 입었고 40번이 넘는 수술과 장기간의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에도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여덟 개의 손가락을 한 마디씩 절단했다. 결국 3급 장애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피해자로만 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치료과정에서 도움 받은 게 많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기로 마음 먹었다. 당초 유아교육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내가 받았던 도움만큼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며 사회복지학과로 전공을 바꿔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보스턴대·컬럼비아대에서 재활상담학·사회복지학 석사, 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를 받으며 체계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했다. 지난 2017년 한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첫발을 뗐고, 23년만에 모교로 돌아오게 됐다.

그의 삶은 저서 '지선아 사랑해'와 '꽤 괜찮은 해피엔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 권 모두 독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특히 '지선아 사랑해'는 4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23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개강을 일주일 남긴 지난달에도 수술을 받았다. 얼굴 수술 자국이 오그라든 부위에 다리 피부를 떼어 붙여 정리하는 수술을 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젠 수술 횟수를 세지 않는다"고 말했다.

◇ 베풂을 넘어 '변화'로…이지선 교수의 도전

이제 이지선 교수는 단순히 '베풂'을 넘어 우리 사회와 장애인들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작은 일"이라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이미 사회 변화를 위해 많은 일들을 실천해 왔다.

우선 이 교수는 자신의 전공과도 연계된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발달장애인이 직업을 갖기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훈련받으면 얼마든지 우리 사회에서 자립감을 갖고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업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스마트팜이 굉장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오랫동안 홍보대사를 하는 푸르메재단의 스마트팜 사업을 통해 추적 연구하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 그리고 기업에서도 함께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수용자 자녀들을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만난 아이들이 벌써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이 됐다고 자랑하며 "좋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좋다"며 "제가 한 일은 미약하다. '세움'에서 정말 열심히 돌본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은 아동복지에서 가장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수용자 자녀의 인권옹호와 지원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 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이번 학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함께 실천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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