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젠 '내전' 치닫나..무더기 이탈표서 시작된 내홍 점입가경

      2023.03.06 07:15   수정 : 2023.03.06 09: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부결된 후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 ‘내홍’이 ‘내전’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아슬아슬하게 부결됐다.

결과는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체포동의안 표결에 부결표를 던지지 않은 ‘민주당 이탈표’가 최대 38표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민주당은 단일대오에 대한 자신감과 ‘이재명 방탄’ 프레임 우려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 방침을 세웠는데,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던 지도부의 기대와 달리 이탈표가 대거 나온 것이다.

이에 친명계 의원들은 이탈표를 ‘공천을 위한 조직적 반란’으로 규정하고 비명계에 책임을 돌렸다. 강성 친명계에서는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심판론’까지 제기됐다.

민주당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지난 2일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그분들을 심판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비명계는 의원들 간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 대표의 거취 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으로 꼽히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가 당 대표를 유지하는 것보다 벗어나는 것이 당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분리·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당내에 생각보다 많다. 지금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갈등은 원내에서 뿐 아니라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은 부결표를 던지지 않은 ‘수박’ 색출 작업에 나섰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비이재명계 인사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은어다. 겉은 민주당이어도 속은 다르다는 뜻이다.

특히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모인 ‘더불어 수박깨기운동본부’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실제 수박과 수박 모형 풍선을 준비해 ‘수박깨기’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의 진행을 담당한 사회자는 “민주당 의원이 어떻게 대표를 배신하고 당원을 배신하고 말도 안 되는 가결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겠나. 이건 반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청원 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이낙연 전 대표를 민주당에서 영구제명해야 된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 작성자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영구제명 청원에서 이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때 대장동 건을 최초로 터뜨려 놓고 이재명 대표께 사과도 하지 않고 미국으로 냅다 도망쳤다”며 “그로 인해서 지금 대한민국은 검사독재 국가가 되었고, 그 사람이 민주당을 검사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청원 작성자는 그러면서 “이낙연 전 대표는 아직까지도 사과하기는 커녕 어떻게 하면 자기 사람들을 이용해서 이재명 대표를 제거할까, 이 궁리만 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서 어제(2월27일) 체포동의안에서 민주당 내 반란표가 나오게 만든 것도 이낙연 전 대표가 꾸몄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 반드시 강제출당 시켜야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6일 오전 7시 기준 6만9147명의 동의를 얻으며 138%의 동의율을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 청원게시판은 권리당원 2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지도부에 보고되고,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지도부가 청원에 공식적으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에 비명계 지지자들도 “이재명 사퇴” 청원으로 맞불을 놨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이 현재 이재명 당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토건토착비리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이 대표가) 당을 분열로 이끈 장본인이기에 권리당원으로서 청원드린다”고 청원을 올린 취지를 설명했다.

청원 작성자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소수의 개딸(개혁의 딸, 이재명 지지자 강성 지지자들을 지칭하는 단어)이나 이재명 사당이 아니다”라며 “합리적이고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공당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제가 지키고 노력했던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팬덤 정치로 잘못된 방향으로 당의 앞날이 좌우되고 이재명이라는 개인의 사당화로 변질되고 있는 작금의 민주당은 합리적 목소리가 함께하는 공당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6일 오전 7시 기준 3451명이 동의해 6%의 동의율을 기록하고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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