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트랜스젠더 앵커' 귀가중 총격 받아..이전에도 살해 협박 있었다

      2023.03.06 10:10   수정 : 2023.03.06 15: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파키스탄 최초 트랜스젠더 앵커가 무장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파키스탄 내에는 동성애가 불법으로 여겨지는데, 말리크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심각한 살해 협박을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파키스탄 민영 방송 코헤누르 및 인도 매체 NDTV 등은 말리크가 라호르 지역의 약국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중 두 명의 무장 괴한으로부터 습격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말리크는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피해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리크는 지난 2018년 파키스탄에서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린 뒤 최초로 앵커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무슬림이 다수인 파키스탄은 성소수자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가다. 파키스탄 정부는 2018년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제정됐던 형법 377조에 기반해 동성 간 결혼을 시도한 이들에게 최고 징역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말리크의 행보는 지금까지도 파격적인 이슈로 다가오고 있다.

말리크는 지난달 23일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말리크는 경찰 수사관들에게 자신이 성소수자를 위한 권리 운동을 해온 것이 암살 시도를 당한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파키스탄에는 소수자와 동성간의 연애, 결혼 등이 여전히 불법으로 취급되고 있다. 심할 경우 징역형 처분을 받거나 치료라는 명분으로 각종 향정신 의약품이 처방되는 일도 잦다.

또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종교적 압박이 심각해 다수의 성소수자들이 조기에 정규 교육을 포기하거나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상당수의 성소수자들은 구걸과 매춘을 일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말리크는 파키스탄의 제2도시인 라호르의 한 대학에서 저널리즘 및 시민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학업에 집중하면서 현재 앵커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모델로 일하며 메이크업 공부를 병행했다.

말리크는 자국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은 여전히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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