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투자 공정분담 필수… 빅테크, 통신사와 균형 찾아야"

      2023.03.06 18:19   수정 : 2023.03.06 18: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바르셀로나(스페인)=김준혁 기자】 "통신사도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요하다. 통신망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거대기술기업(빅테크)도 상응하는 기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부터 3월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만난 알렉산드로 그로펠리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차장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의 네트워크 투자 비용 분담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 "빅테크 망 투자 미미" 기여의 균형 강조

그로펠리 사무차장은 넷플릭스가 MWC에서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 등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을 통해 투자 비용 분담에 나서고 있다고 반론한 것에 대해 "작년 빅테크의 170억유로(약 23조 5000억원) 투자액 중 90%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집행이고, 나머지 10억유로(약 1조 4000억원) 정도가 CDN과 같은 인프라로 집행됐다"고 꼬집었다. 같은 기간 유럽 통신사들이 네트워크에 560억유로(약 77조 3000억원)을 투자한 데 비해 현저히 적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러한 투자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4500만 유럽 시민에게 기가비트 네트워크가 전달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며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의 막대한 투자와 CP의 적은 기여 간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공 기금을 통한 기여보다는 통신사에 대한 직접적인 기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로펠리 사무차장은 "보통 네트워크 투자에 있어 90%의 비중이 민간 투자 영역에서부터 나온다"며 "공공 펀딩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투자가 민간의 몫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기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한 기여, 계량적 분석 가능"

이 같은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한 '호주식 모델'을 언급하기도 했다. 호주식 모델은 기본적으로 민간사업자 간 협상이 실패했을 시 제3자가 사안별로 중재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아울러 ETNO는 유럽 내 소비자단체의 주장처럼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돼선 안된다는 점 △망중립성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공정한 기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도 밝혔다.

분담 방식 및 비중과 관련해선 특정 지표를 통해 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그로펠리 사무차장은 "미국의 경우 (CP의) 디지털 광고 수익을 기준으로 삼는 것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처럼 공정한 기여 비중을 정할 수 있는 명확한 계량적 분석이 있다. ETNO는 빅테크가 통신사 망을 이용해 최소 150억유로(약 20조 7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TNO는 현재 '기가비트 인프라 법안' 발의를 앞두고 업계 의견 청취를 진행 중인 유럽 집행위원회(EC) 측에도 이런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로펠리 사무차장은 "이는 단순히 빅테크와 대형 통신사 간의 문제가 아니다"며 "도이치텔레콤과 같은 대형 통신사가 빅테크와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중소 통신사는 더 협상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TNO는 MWC 기간동안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망 이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에 대해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그는 "(망 투자 비용 분담 이슈에 있어) 미국, 영국, 한국 모두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이며, 지속적으로 교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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