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분향소 한 달… 불침번 서며 지키는 유족들

      2023.03.06 18:34   수정 : 2023.03.06 18:34기사원문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10·29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가 설치되고 갈등이 이어진 지 한 달이 넘었다. 서울시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은 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상태다.

6일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양측은 기존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유가족은 서울광장 시민분향소를 사수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고 서울시 또한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물밑에서 대화는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연 시민대책위 팀장은 "소통을 이어가려고 하고 있지만 서울시 측의 제안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원 유가족 측은 돌발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해 분향소에서 24시간 불침번을 서고 있다. 이들은 평일 오전 분향소 앞에서 '이어 말하기'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등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이날 시민분향소를 찾아본 결과 난립하던 혐오 표현이 녹사평 분향소에 비해 많이 사라진 것이 눈에 띈다. 당시 유가족 측은 2차 가해에 대항해 법원에 보수 단체 시위에 대한 가처분 신청까지 진행했으나 기각됐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걸음만 이어졌고, 정치 단체의 시위나 혐오 표현이 적힌 현수막 등은 보이지 않았다. 한 유가족은 "녹사평 분향소에 비해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혐오 표현이 줄어 편안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말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유가족 대부분 비슷하게 느끼시고 있는 것 같다"며 "(유가족은)이곳에서 많은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 갈등을 바라보는 시민들 의견도 복잡하다. 분향을 마친 박모씨는 "이제 그만 공식적으로 분향소를 허용해줬으면 좋겠다"며 "아픔이 충분히 치유된다면 나중에라도 자진철거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분향소가 서울광장에 있어야 할 당위성이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광장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는 "(분향소가) 왜 참사 장소와 떨어진 여기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며 "유가족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계속 설치돼 있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유가족 측에 '불법 시설물'인 분향소 자진 철거를 전제로 한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시가 강제적으로 행정대집행(철거)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달 6일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는 계고장을 보내고, 유가족이 시청 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오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정기적으로 유가족과 면담을 하고 있고, 저희들이 제안한 부분들은 그쪽의 화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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