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제 등 입법 필요한 개혁, 국회서 험로 예고

      2023.03.07 18:10   수정 : 2023.03.07 18:10기사원문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개혁 대다수 과제들은 입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거대 야당은 정부가 세부 개혁안을 내놓을 때마다 날을 세우고 있어 험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 그때서야 본격적인 개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野 "윤석열 노동개악 막을 것"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야는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두고 극렬하게 맞붙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노조 불법·부당행위 금지 등은 대부분 노조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을 이겨내고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안을 통과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주 69시간제를 골자로 하는 연장근로 단위기간 변경의 경우 현행 주 단위를 최대 연 단위 등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연장근로시간을 1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주 52시간제를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야당이 법 개정에 협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 정부가 지난 6일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을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동개악'이라며 법안 저지 입장을 밝혔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장시간 노동시간을 위한 법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더 길게 일하라'는 윤석열 노동개악을 막아내겠다"고 일축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과로사 조장 정책이라 할 만큼 건강권, 노동권에 치명적인 노동개악"이라며 "기업이 일 시키고 싶을 때 실컷 시키고 휴식은 추후에 잘 보장하겠다고 한다. 일을 시키는 것은 현금, 휴식은 어음으로 하겠다는 교언영색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노동개혁의 한 축인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해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임금체계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 장담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부터 일부 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현재도 일부 임원에만 적용하고 있다.

결국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국회가 할 수 있는 법 개정 사항은 내버려 둔 채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뿐이다. 자칫하면 정부 개혁안들이 내년 4월 총선까지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정치권도 못 눌러"

전문가들은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서두르지 않고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서 노동개혁을 진행한 국가들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일본은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만 2년 이상 걸렸다. 여러 의견들을 수렴했기 때문이다. 법안들은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독일의 '하르츠 개혁'도 2002년 제도 도입을 시작한 이래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장기 실업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하르츠 개혁은 비교적 성공한 노동개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노동의 질이 하락한 점은 여전히 고쳐야 할 과제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은 "정부가 전문가 의견만 듣고 개정안을 내고 있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근로시간 개편은 노조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자 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민감하다"며 "그럴수록 다양한 각계 각층의 사례를 듣고 공감대를 형성해 공론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도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현재 노조의 기득권 구조를 깨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협의회는 최근 회계 문제에 대해 양대 노총이 정부와 날을 세우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회계 문제는 다툴 일이 아닌 공정과 상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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