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대항병원 센터장 "대장 종양 제거, 회복 빠르고 부담 없는 ESD로"

      2023.03.09 14:20   수정 : 2023.03.09 14: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반적으로 ESD는 소화기내과 의사가 시행하지만 대항병원은 다른 병원과는 달리 외과 수술의사가 직접 진행한다"
대항병원은 병원의 이름 그대로 대장과 항문 관련 질환에 특화된 병원이다. 현재 고난이도 시술인 '내시경하 점막하박리절제술(ESD)'을 현재 3200건 이상 시행하고 있다.

이은정 대항병원 내시경센터장( 사진)은 외과 전문의로 ESD 전담팀을 맡아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빠른 ESD 시술로 환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개발된 ESD 기술을 최고 권위자인 도요나가 타카시 고베대학병원 교수에게 직접 배운 뒤 지난 2007년부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행한 국내 ESD의 주역 중 하나다.

■회복 빠르고 각종 부담은 적은 고난도 시술 ESD
ESD는 림프절의 전이가 없는 즉, 암세포가 점막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된 조기암 또는 선종과 같은 소화관의 점막 또는 점막하 병변을 내시경하에서 절개, 박리해 절제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용종이 작을 경우 용종 절제술을 썼고, 만약 종양의 크기가 크고 제거하기 쉽지 않은 위치에 있다면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을 시행했다.

ESD는 내시경을 통해 삽입한 메스로 종양 주변의 점막과 점막하층을 얇게 떠내 절제하는 박리 방식을 사용한다. 내시경이 들어간다면 종양의 크기와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종양을 몸에서 떼낼 수 있다.

배를 열거나 몸에 구멍을 내야 하는 복강경 수술 방식이 아닌 내시경을 활용한 기술이고, 외과적 수술 없이도 병변을 일괄적으로 절제하기 때문에 외과 수술과 같은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ESD의 장점이다. 또 ESD는 시술 시간이 수술 시간에 비해 짧고 전신마취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편리하고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수술이 아닌 만큼 회복이 빨라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어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종양의 병변만 들어내기 때문에 시술에 따른 합병증과 사망률도 매우 낮고, 대장을 자르지 않고 보존하기 때문에 시술 이후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점이 많은 방법인 만큼 난이도는 높다. 종양의 박리과정에서 만나는 가는 혈관들을 다양한 도구(혈관겸자 등)을 이용해 소작 및 응고시키면서 절개해야 시술 도중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근층을 다치지 않고 점막하층을 박리해야 시술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인 천공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항병원은 지난 2006년 내시경센터 증축을 기반으로 2007년 ESD를 도입, 의사 5명과 전문 간호사로 이루어진 ESD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매년 ESD 라이브 시연회를 개최해 도요나가 교수와 정기적으로 ESD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

또 콘퍼런스를 통해 분야별 연구 발표를 진행하며 국내 각종 학술대회와 연수강좌는 물론 국제 학술지 및 세계대장항문학회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고, 최근 미국대장항문학회와 국제 심포지엄에서도 초청 강연을 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ESD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천공 발생해 개복한 사례 0.3% 수준에 불과"
이 센터장은 "대장이 얇기 때문에 ESD 시술을 하면 종양을 제거하면서 장에 천공이 생길 수 있는데, 장에 구멍이 생기면 여러가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ESD를 대항병원에서만 시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ESD 시술을 많이, 자주 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숙련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항병원에서 대장에 생긴 천공으로 합병증이 생기는 비율은 2%도 안 되는 수준이다. 천공이 발생한 경우에도 대부분은 미세한 천공이므로 처치가 가능하다.

그는 "대장 천공을 방치할 경우 복막염이 올 수 있어 대장 천공이 크다면 개복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3200건이 넘는 ESD 시술에서 그런 케이스는 10건도 안돼 개복 확률은 0.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ESD는 수술 난이도가 높은데, 얇은 대장에 천공을 피해 종양을 떼내기 위해서는 대장내시경을 섬세하게 조작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병변을 장의 70cm 지점에 두고 시술을 한다"면서 "크기가 2cm 수준이면 30분이면 끝나고, 10cm 이상은 2~3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대항병원은 이미 지난 2009년 14cm나 되는 용종을 ESD 시술을 이용해 떼내고 치료에 성공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당시에는 6시간이 걸렸는데, 크기가 크고 항문에서 멀어질수록 시술도 어렵고, 시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문병원에서 ESD 시술을 받는 경우에는 당일 수술이 가능한 신속성,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할 경우 대장암센터와 협진으로 빠르게 복강경 대장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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