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98% 폭락’ 실버게이트 청산… 美 가상자산 시장 먹구름

      2023.03.09 18:10   수정 : 2023.03.09 18: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크립토(가상자산) 친화은행으로 꼽히는 미국 실버게이트 캐피털의 주가가 휴지조각이 될 전망이다. 이미 최고점 기준으로 98% 폭락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청산을 선언한 때문이다.

실버게이트가 청산될 경우 가상자산 거래의 위축은 물론 가상자산산업에 대한 미국 규제당국의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가상자산 생태계가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FTX 붕괴에 무너진 실버게이트

실버게이트 캐피털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은행 영업을 질서 있게 중단하고 은행 부문을 자발적으로 청산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며 사업 정리를 선언했다.

이번 발표는 실버게이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해야했던 2022 회계연도에 대한 연례보고서 '10-K' 제출을 연기하고 사업 정리 가능성을 언급한 후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실버게이트가 청산을 선언한 가장 큰 배경이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보호 신청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실버게이트는 FTX와 코인베이스 등 주요 가상자산업체와 거래하며 가상자산을 달러 및 유로로 바꿔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큰 손'이었던 FTX가 무너지면서 큰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당장 FTX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실버게이트에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실버게이트의 고객예금은 81억달러에서 38억달러로 무려 68%나 급감했다. FTX 파산보호 신청과 뱅크런으로 실버게이트는 지난해 4·4분기 약 10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버게이트는 뱅크런 인출액을 충당하기 위해 52억달러의 채무증권을 팔았고 직원의 40%를 정리해고했다. 하지만 강도 높은 자구책도 파산을 막지는 못했다.

실버게이트의 청산 선언이 나오기 전부터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실버게이트 주가는 지속 하락했다.

한때 150달러를 웃돌았던 실버게이트의 주가는 청산을 발표한 이날 정규장에서 5% 하락하며 4달러대로 밀려났다. 장외시장에서는 30% 폭락하며 3달러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가상자산 생태계 위축 불가피

실버게이트 캐피털이 청산되면 가상자산 생태계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요 가상자산업체들이 실버게이트에 계좌를 갖고 있는 만큼 당장 이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버게이트는 이날 성명에서 고객들의 모든 예금은 "전액 상환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예금 상환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실버게이트가 제공하던 24시간 거래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가상자산 거래도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미즈호의 댄 돌레브 애널리스트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창문이 모든 깨진 동네'로 비유하면서 "창문이 모두 깨진 동네에 집을 갖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규제당국의 가상자산에 대한 시각도 더욱 부정적으로 흘러가면서 가상자산 규제도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렌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가상자산시장의 위험이 전통적인 은행시스템에도 전이됐다"고 이번 사태를 평가했다.


셰로드 브라운 오하이오주 상원 은행위원장은 "은행이 가상자산과 같은 위험하고 변동성이 큰 부문에 과도하게 의존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고 있다"며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