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수몰된 것도 서러운데…" 공동묘지 추진에 주민들 '반발'
2023.03.12 07:45
수정 : 2023.03.12 08:12기사원문
(장흥=뉴스1) 박진규 기자 = "수몰된 고향땅에 웬 공동묘지냐…."
조용한 시골마을인 전남 장흥군 유치면 신덕마을에 공원묘지 조성이 추진되면서 마을이 발칵 뒤집혀졌다.
유치면은 장흥군을 가로지르는 탐진강에 탐진댐이 조성되면서 많은 곳이 수몰된 지역으로,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공동묘지까지 들어서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장흥 출신 사업가 A씨는 자신이 소유한 유치면 운월리 일대 18만7000평 부지에 가칭 유치휴림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원묘지 4만평에 개인묘역과 가족봉안 묘역, 수목장 등의 설치가 주 내용이다.
A씨는 재단법인 설립 후 주민 참여형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연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에도 이곳에 사설묘지를 설치하려 했으나 혐오시설 거리제한과 주민반대 등으로 불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현재 공원묘지 조성 찬성 측에서는 군의원을 지낸 B씨 등 7명이 위원회를 구성,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찬성측 모임 위원장인 B씨는 "이렇다 할 수익이 없는 마을에 공동체 사업으로 공원묘지를 운영해 수익을 나누면 주민들에게 다 혜택이 돌아간다"며 "주민 동의가 우선이기에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측은 사업자가 제공한 사업설명서를 살펴보면 재단법인이 전적으로 운영하는 사설 묘지를 마치 유치면이 공동체가 되어 운영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옥민박과 특산품 판매장, 유기농 체험센터 등이 있는 산촌생태마을에 공동묘지가 웬 말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30만원 상당의 현금 교환권 여러 장이 마을주민들에게 뿌려져 뒤숭숭한 분위기다. 교환권에는 유치면 휴림공원 조성사업 허가시 현금으로 교환해 드린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반대측은 지난달 13일 대책위원회의를 정식 발족하고 장흥댐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8개 시·군 단체와 연대해 무산시킬 것을 결의했다.
유치면공동묘지반대 대책위 관계자는 "공원묘지는 청정 장흥의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혐오시설"이라며 "수몰의 아픔이 있는 유치인들을 분열과 대립시키는 사업계획은 하루빨리 중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장흥군에서는 정식으로 사업신청서가 접수되지 않았다.
법인이 묘지를 설치하려면 장사법에 규정된 법규를 준수하고 관련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또한 사업신청 접수 이후에는 군청내 문화관광실, 행복민원과, 재난안전과, 농수산유통과, 환경관리과, 산림휴양과, 건설도시과, 수도사업소 등 여러 관계부처와 협의해 허가 조건이 이행되면 허가증이 교부된다.
군 관계자는 "법인 묘지를 설치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주민 동의는 필수다"며 "아직까지 장흥군에서 법인이 묘지 설치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