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이겨도 ‘승자의 저주’… 하이브, 사업협력으로 선회

      2023.03.12 18:02   수정 : 2023.03.12 18:02기사원문

카카오와 하이브의 한달여간 이어진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막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SM 주가 급등으로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누가 이겨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카카오가 SM의 경영권을 갖는 걸로 합의됐지만 이를 위해선 추가로 SM 지분 35%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SM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M&A)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쩐의 전쟁… 하이브 왜 물러섰나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SM 인수절차를 중단한다"며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업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에 카카오도 "하이브의 SM 인수중단 결정을 존중한다"고 화답했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SM 현 경영진이 지난 2월 초 이수만 전 총괄PD를 배제하는 내용이 담긴 경영전략 'SM 3.0'을 발표한 이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SM 주가가 급상승하는 등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결국 양사는 지난 10~11일 협의를 통해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오는 26일까지 카카오가 진행하는 공개매수다. 카카오는 약 1조2000억원(주당 15만원)을 투입해 SM 지분 35%를 매입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현재 SM 지분 4.91%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면 변수가 없는 한 SM 지분 총 39.91%를 확보하게 돼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도 과제

또한 카카오와 SM 간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도 과제다.

카카오는 SM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게 되는 시점(주식 취득일)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이 경우 공정위는 카카오와 SM이 기업결합 후 독과점 지위를 형성해 이를 남용할 우려가 없는지, 경쟁이 제한되지 않는지 심사해 필요하면 시정조치를 부과할 예정이다. 시정조치에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행태적 조치나 주식매각 명령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카카오 자체로 보면 플랫폼 기업이지만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아이브가 속한 스타십엔터테인먼트를 비롯, 안테나 등 여러 연예기획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점유율 확대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카카오엔터는 국내 1위 디지털 음원 유통서비스인 '멜론'을 보유하고 있어 결합 이후 SM 음악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등 시장의 경쟁제한성에 대해 심사할 수 있다.

카카오가 이번 인수전에 적극 뛰어든 이유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콘텐츠 계열사인 카카오엔터는 웹툰, 웹소설 등 스토리 분야에서는 강세이지만 K팝 분야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협업한다면 K팝 아티스트 IP뿐만 아니라 팬덤 커뮤니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SM은 동방신기, 엑소, 에스파 등 글로벌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향후 카카오와 하이브의 플랫폼 협업도 이어진다면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SM 아티스트가 입점하는 등의 시나리오도 상상해볼 수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정보기술(IT) 역량을 가지고 있고, SM은 글로벌 아티스트를 보유했다는 장점이 있다"며 "SM과 협업할 경우 카카오가 원하는 해외 엔터사업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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