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요동치는데" SVB사태에 환율 22원 급락.. 금통위 '금리동결' 힘 실렸다

      2023.03.13 16:22   수정 : 2023.03.13 16: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지난달부터 원·달러 환율이 1210원대부터 1320원대까지 요동치며 등락폭을 키우는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로 외환시장이 또다른 변수를 맞았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세를 찾았으며 코스피 지수도 소폭 상승 마감했다. 이는 이번 SVB사태가 오히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과잉긴축을 멈출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또한 환율 하락과 FOMC 속도 조절에 힘입어 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힘이 실린다.

■SVB 사태에 美 과잉긴축 멈추나?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 대비 7.2원 하락한 1317.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1200원대까지 떨어졌다.
종가는 1301.8원으로 1거래일 만에 22.4원 하락했다. 2월에도 요동치던 환율은 이번달 들어서도 8거래일 동안 등락폭이 29.0원에 달하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이다.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미 FOMC를 앞두고 금리인상 전망이 급변한 데다 SVB 파산이라는 변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 CPI 지수 등 변수가 있지만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이번에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소멸됐다. 오히려 동결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라며 "앞으로 하루에 20원까지 빠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으로 낙폭을 키우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3월 FOMC까지는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하락보다는 현재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시장의 FOMC 전망도 금리인상 속도조절로 기울었다. 시장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견조한 경제지표가 발표되자 빅스텝(한번에 0.50%p 인상)으로 금리인상 전망을 올려 잡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SVB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FOMC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달 FOMC의 금리동결을 전망했다.

■한국도 4월 금리동결 가능성 높아져
상황이 이렇다보니 4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금리동결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한국은행에서는 3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를 하회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국내 물가가 잡히는 데다 미국까지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들어갈 경우 금리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연준에서 금리를 0.25%p 인상해 한미금리차가 벌어지는 게 부담이지만, 환율 하락으로 한미금리차에 따른 부작용도 덜게 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금통위까지 아직 한 달이 남아서 미리 결론을 낼 상황은 아니지만, 연준이 0.25%p를 올리거나 금리를 동결하고 외환시장까지 안정되면 한국은행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SVB사태 안정 여부에 따라 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연구원도 "지금보다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면 한은이 4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속한 개입으로 당장은 시장 우려를 진화했지만 '불안한 진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환시장 등 국내 시장에도 파급영향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금통위의 결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백 연구원은 "미국 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 때문에 달러화가 하락했지만 다른 미국 중소은행에까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 사태가 진정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 '긴급점검' 잔불끄기 나서
당국에서도 '불안한 진정'을 계기로 금융회사별 비상자금조달계획을 점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당분간 경계감을 갖고 시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SVB사태가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주현 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원장 주재로 각각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하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만큼 관계부처·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별로 마련된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등 현지 감독당국과의 소통, 협력 채널도 최대한 가동해 나가도록 조치했다.


한국은행 또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가 국내 금리·주가·환율 등 가격변수와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신영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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