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총수들, 한일 정상회담 동행… 경제협력 물꼬 튼다

      2023.03.13 18:04   수정 : 2023.03.13 18: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17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가운데 양국 재계 고위 인사들이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한 물꼬를 튼다.

13일 일본 언론 및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윤 대통령의 방일 기간 함께 일본을 찾는다.

공식 경제사절단은 아니지만 양 정부가 '셔틀외교'를 재개하는 분위기에 발맞춰 경제계도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셔틀외교는 양국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며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말한다.

한일 경제계 만남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17일 일본에서 비즈니스 간담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 단체는 현재 간담회 참석인원과 의제 등을 최종 협의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이번 간담회를 위해 앞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 측에 별도로 참석을 요청했다.

이들 총수를 포함해 전경련 부회장단 등 약 20명이 참석하고, 일본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과 대기업 경영자들이 참석한다.

부회장단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한일경제협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한화그룹에선 부회장단인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재계는 관측했다.

이 밖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등 경제단체장들도 간담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경제계는 이번 간담회에서 한일 기업이 공동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가칭)에 대해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미래기금 설립에 합의한다면 징용 판결의 피고기업이자 게이단렌 회원사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어떤 형태로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두 기업은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징용 해법을 발표한 직후 징용 피해자 배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사안이라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자금을 낼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은 기금 참여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또는 "적절히 대응하겠다" 등 다소 열린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현지에선 피고기업을 제외한 게이단렌 일부 회원사들도 한국 정부 산하 재단에 자금을 출자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정부는 민간인 또는 민간기업의 국내외 자발적 기부활동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며 사실상 재단에 대한 출자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강제징용 관련 이슈 외에도 탈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대책과 에너지 안보 등 양국의 공통과제를 근거로 향후 재계가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을 주요 의제로 다룰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관계개선을 시작으로 재계 총수들은 그동안 꽉 막혔던 기업 거래처와의 개별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셔틀외교는 2004년 양국 정상이 1년에 한 차례 상대국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시작됐다가 2011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셔틀외교가 재개되면 약 12년 만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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