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핀 매화처럼 돌아온 '다시, 봄'
2023.03.13 18:36
수정 : 2023.03.13 18:41기사원문
'다시, 봄'은 지난 2022년 10월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에서 창작 초연을 올렸다. 이 작품은 5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창작뮤지컬로 배우들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낸 진정성 있는 장면들을 통해 관객과 평단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극장에서 5회 공연으로만 진행돼 초연은 작품개발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한 공연이었다. 장기적으로 재공연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초연이 작품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면 재공연은 콘텐츠화를 시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초연의 장점을 살리면서 추가적인 작업들이 덧붙여진다. '다시, 봄'은 50대 여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장점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새로운 배우팀의 세팅을 통해 같지만 다른 이야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보통은 더블캐스팅을 통해 공연을 운영하지만 이 공연의 경우는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 팀('다시'팀)과 새로 합류한 배우 팀('봄'팀)으로 나눠 공연을 진행한다.
이번 공연에는 서울시뮤지컬단의 베테랑 단원들과 함께 객원배우로 문희경, 유보영, 김현진, 장이주, 구혜령 배우가 참여한다. 평균 나이 54세에 연기경력을 합치면 425년이 되는 14명의 여배우들다. 중년의 여배우들은 이 작품을 통해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누군가를 연기해야 하는 것은 배우의 숙명이지만 여기에서 살고 있는 50대 여성에 대한 작품을 여배우들끼리만 모여서 무대에 올리는 경험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대사와 같은 노래를 부르지만 어떤 배우가 연기하는지에 따라 공연은 달라진다. 이것이 영상매체와는 다른 공연예술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배우들은 대본과 음악이라는 옷에 자신의 영혼과 몸을 맞춰가며 캐릭터를 만들어내 이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의 공연이 만들어진다. 결국 한 작품에 두 가지 버전의 공연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물론 두 팀으로 공연을 준비하면서 서로간에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도 느껴진다. 이런 노력들은 고스란히 더 멋진 공연이라는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이제야 매화 꽃이 피고 있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두 색깔로 활짝 핀 창작뮤지컬 '다시, 봄'과 함께 새봄을 맞이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연은 15일부터 내달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