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파산으로 당국, 銀구조재편보다 금융안정에 무게 싣나

      2023.03.15 15:35   수정 : 2023.03.15 15: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금리인상 후폭풍으로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은행 건전성·유동성 관리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은행 경쟁촉진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지난달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스몰라이선스·챌린저뱅크 등 신규 은행 추가 도입과 은행권-비은행권 간 경쟁 등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특화은행 모범사례로 꼽았던 SVB가 파산하면서 특화은행 도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한 신규 은행의 등장은 은행 건전성만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금융권에서도 고금리 충격 여파로 곳곳에서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금융당국에서도 올 금융 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125조3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채무보증액까지 더하면 150조원 수준이다. 금리 급등으로 집값이 하락하며 사업 수익성은 떨어졌는데, 금융비용은 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0.61%로 3년내 최고치로 올랐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가 가까스로 진정됐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기업 연체율도 뛰고 있다. 국내 상장사 1664곳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34.9%(581개)로 전년 동기 대비 1%p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을 다 합쳐도 이자를 내기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취약차주 이용도가 높은 저축은행의 연체율 지표도 악화되는 추세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3%로, 6개월 전보다 0.4%p 상승했다.
저축은행권의 합산 연체액은 3조4344억원으로, 2016년 6월 이후 약 6년만에 3조원을 넘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은행들이 과도한 수익을 올린 것 때문에 은행 경쟁촉진 방안이 나왔는데 현재 금리가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이 축소돼 이미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정부가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두고 정책운용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금융당국도 은행권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은행권의 경쟁이 심화했을 때 은행들은 리스크를 더 안고서라도 무리한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런 다양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고, 구조 재편에 앞서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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