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브로커' 시진핑… 사우디 왕따시키던 바이든 '뼈아픈 1패'

      2023.03.15 17:59   수정 : 2023.03.15 17:59기사원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뒤에서 숨은 역할을 한 중국이 중동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중재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상호 불신이 극에 달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수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외교 브로커로서의 위상이 커졌음을 보여줬다.

중국은 그동안 중동 지역에서는 경제와 무역에 초점을 맞췄으나 앞으로 정치와 안보에도 적극 개입하는 지정학적 야심을 예고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1980년부터 단교 상태로 두 나라 관계가 적대적인 것에 반해 중국은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도 가장 많이 구매하면서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중동산 원유에 대한 수입 의존을 점차 줄여온 데 반해 중국은 원유 수입을 포함해 무역과 투자를 늘리면서 중동에서 손을 떼어가고 있는 미국의 공백을 채워가고 있다.

이 같이 중동에서 중국의 위상이 커지면서 이 지역에서 우위를 이어왔던 미국에는 큰 도전이 되고 있다.

14일자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중국이 중재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화해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경종을 울렸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 회귀' 정책으로 중동 국가들이 미국이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부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왕따 국가'로 부르는가 하면 대통령 취임 후 사우디 유전을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반군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이란과 핵협정 재협상을 재개한 것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전화 통화도 거부했다.

한 사우디의 기업인은 두 나라 관계에 대해 "오바마가 무덤을 팠고 바이든은 관 뚜껑을 닫았다"며 "양국 관계는 죽은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해부터 중국이 이익을 볼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서둘러 화해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의 중재외교가 앞으로 계속 성공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4월부터 휴전 상태인 예멘이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시달리고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분쟁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으나 종전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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