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친화 美 은행 파산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오히려 호재?
2023.03.16 12:00
수정 : 2023.03.16 12:00기사원문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달러화 등 법정통화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시그니처뱅크 파산으로 1코인당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는 '디페깅' 현상이 나타면서 미국에서 관련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친화은행이었던 실버게이트뱅크와 시그니처뱅크 파산이 오히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안정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미국 정치권과 규제당국에서 논의중인 스테이블 코인 규제가 은행 파산 리스크에서 오히려 스테이블 코인을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 오히려 은행 파산 리스크에 노출
15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은행 가운데 가장 가상자산 친화 금융기관이었던 실버게이트뱅크와 시그니처뱅크는 가상자산 투자용 계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각각 실버게이트 거래소 네트워크와 시그넷 플랫폼이라는 결제 플랫폼을 통해 가상자산 투자자자의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과 관계없이 은행의 뱅크런(예금대량인출)이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실사례가 확인됐다.
실제로 실버게이트뱅크를 시작으로 SVB, 시그니처뱅크의 연이은 파산으로 미국 달러 가치와 1대 1로 고정되도록 설계된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서클)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DC 가격은 한 때 86센트 가까이 떨어졌다.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 2위인 USDC의 디페킹 현상은 스테이블 코인이 은행 시스템 붕괴에 따라 안정적일 수 없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미국 뉴욕주 규제 당국이 시그니처뱅크를 폐쇄한 다음 날이었던 13일(현지시간)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래 감소로 인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구심은 정점에 이르렀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제미니에서 가상자산 거래량은 한 달 동안 74% 급감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경우 50%, 바이낸스(US) 거래량이 29% 감소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미국 규제 당국의 회의적인 태도를 고려할 때 현재의 미국 은행들의 혼란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몇 달 동안 소규모 은행들은 가상자산 회사와 거래하는 것을 꺼릴 수 있고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은 더욱더 위축되고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실버게이트뱅크와 시그니처뱅크 만큼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금융기관은 미국에서 상당히 드물고 대표적인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제미니의 경우에도 JP모건 체이스와만 간신히 거래할 정도다.
이에 따라 다시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논의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정치적 계산이 맞고 그동안 충분히 적절한 토론과 논의가 이뤄진 점은 스테이블 코인의 양성화에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블록체인협회의 크리스틴 스미스 전무이사는 "스테이블 코인 규제는 다른 어떤 가상자산보다 미국 의회와 규제 당국의 공통된 관심사였다"면서 "그들은 실버게이트뱅크와 시그니처뱅크의 파산으로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고 생각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은 이미 발의된 상황이다.
가상자산에 호의적인 전 미국 공화당 펜실베니아주 상원의원 팻 투미(Pat Toomey)의 '스테이블코인 신탁법'이 대표적이다. 스테이블코인 신탁법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기관이 충분한 보호준비금을 마련하는 것을 규제기관이 검증하는 조건이 핵심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업체의 자율적인 관리라면 현재 미 의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통과된다면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법적으로 안정되게 관리되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은행 파산이나 뱅크런에 관계없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확신을 갖고 투자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인 셈이다.
이와 관련, 가상 자산 분석업체 카이코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 자산 시장에서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