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주60시간 이상은 무리"… 중심 잃은 근로개편안
2023.03.16 18:11
수정 : 2023.03.16 18:11기사원문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6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6일 '일이 많을 때는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하고, 일이 적을 때는 제주도 한달 살기 등 푹 쉴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개별 기업의 사정에 따라 노사 합의를 거쳐 연장근로 단위를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연장근로 총량은 일정 비율로 줄어든다. 일하는 전체 시간은 지금보다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주 69시간제가 청년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만약 주 69시간을 일했는데 제대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면 어떡하냐는 이유에서다. 현재 주 52시간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도 불만의 불씨를 키웠다.
윤 대통령은 반발 여론이 확산하자 입법 예고 8일 만인 지난 14일 개편안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날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상한선까지 그었다.
이에 따라 고용부가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내놓을 1주일 최대 근로시간은 50시간 중·후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또 연장근로에 따른 장기휴가 보장 방안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도 정착을 위해 장기휴가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재개편안에 주 50시간대 근무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경우 '현재 주 52시간제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69시간이라는 숫자만 낮추지 말고 개편안 자체를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전면 수정은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근로시간제 개편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만약 근로시간제 개편이 백지화된다면 윤 대통령의 공약이 벌써부터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가 처음 발표한 개편안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노동개혁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주 69시간제에 대해 밤샘 노동, 어려운 휴가 사용 등 많은 부작용이 예상됐지만 충분한 설명 없이 제도 개편을 밀어붙여 개혁 시작부터 국민들의 공분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초등학교 '만 5세 입학' 방안을 사회적 논의도 없이 추진했다가 국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힌 장면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