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울고 있다고?…MZ 아파트 '영끌' 투자 진짜 몰리는 곳은
2023.03.19 10:30
수정 : 2023.03.19 10:30기사원문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누가 사냐고? MZ세대지. 조금 전에도 91년생이 계약하고 갔는데. 물가가 오르니까 미래 가치 보고 투자하는 거지. 청약보다 이게 낫지."
관리처분이 임박한 노원구 한 재건축단지 인근 A 공인중개사 대표의 말입니다. 관리처분 전 조합원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청년들이 부동산사무소를 기웃거리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간다는 설명이죠.
마침 책상 위 노트에는 조금 전 방문한 어느 MZ에게 설명해준 듯한 가격 내역이 남아 있었습니다.
A대표 설명에 따르면 재건축 투자는 요즘 분양가가 한없이 오른 신규 아파트 청약보다 '남는 장사'입니다.
예컨대 조합원 분양가가 9억원, 감정평가액이 6억원으로 책정되면 조합원은 새 아파트 입주 시 3억원의 분담금을 내야 합니다. 요즘 노원 인근 재건축 공사비는 평(3.3㎡)당 590만원 안팎(부르는 게 값?)이라는데요.
이를 감당하지 못해 팔고 나가는 원주민의 조합권을 일단 2억원 정도의 전세를 끼고 4억원에 사들인다는 겁니다. ("요즘은 대출도 사실상 다 나와.") 이주가 시작되면 전세금을 내어주고, 공사가 끝나면 입주 때 나머지 분담금을 내는 식입니다.
이렇게 돈을 나눠 내는 사이 집값이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남는 장사가 되는 겁니다.
이런 진풍경이 왜 벌어졌을까요?
그 배경과 관련해선 서울시장이 직접 팔을 걷어 붙이고 시 전체가 들썩일 정도의 재건축·재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현 개발 '붐' 분위기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재개발 추진 속도를 더디게 하는 행정 규제와 절차를 공공이 나서 지원 및 간소화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1차 21곳 ·2차 52곳,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한데 모은 '모아타운' 후보지 65곳(연내 추가 선정) 등 그야말로 서울 전역이 재개발·재건축 열풍이지요.
또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서울 집값이 110.25%(부동산R114) 오르는 사이 높을대로 높아져 버린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한몫 합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건설물가는 더욱 상승했지요. 지난 14일 부동산R114가 발표한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3474만원이었으니, '국민평형'은 9억(25평형)~12억(34평형)원 하는 셈입니다.
아직까진 MZ세대가 양질의 일자리를 얻어 가정을 꾸리고 터를 잡기 이상적인 공간이 서울뿐인데, 드물게 나오는 서울 아파트 분양에 '생애최초'라는 바늘구멍 같은 특별공급 경쟁률을 뚫고 혹시나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갈아타기'가 아닌 생애최초 구매해야 할 신축 아파트가 10억원 안팎인 시대가 돼 버렸으니까요.(제 연봉으론 어림도 없네요.)
A대표는 "지금은 분양가가 너무 비싸서 서울 노른자위가 아니면 청약 당첨도 의미 없다"면서 "차라리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게 낫고, 요즘 대출도 잘 나와서 MZ세대들이 다 알고 찾아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A대표는 그러면서 "선배 세대가 잘못한 게 많다"며 "젊은 친구들이 멀쩡히 직장 얻고 하면 결혼할 때 자기 소득으로 새 아파트도 살 수 있고 해야 하는데 이런 세상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습니다.
MZ에게 조합권을 팔고 나가는 선배 세대는 또 어떤가요.
서울 전체가 재건축·재개발로 들썩이지만 여전히 오랜 기간 집과 동네가 낡도록 지켜온 원주민들에겐 갑자기 비싸지는 집이 '언감생심'입니다.
몇 걸음만 옮겨도 모아타운과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위 사무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재개발 열기가 활발한 성북구 내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지금도 재개발·재건축 후 지어진 새 아파트에 원주민이 입주하는 비중은 20%정도밖엔 안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대부분 어르신들인데, '정말 내 평생에 나도 새 아파트에 한 번은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분담금을 낼 여력도 있는 사람들만 버티지…나머지 원주민은 공사비랑 기간, 분담금 다 감당하기도 어려워서 대부분 조합권 팔고 외곽으로 밀려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