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감독 ‘스필버그’는 어떻게 영화와 사랑에 빠졌나
2023.03.20 18:32
수정 : 2023.03.20 18:32기사원문
■"영화와 가족에 대한 사랑스러운 헌사"
스필버그는 '죠스'(1978) 'E.T'(1984) '인디아나 존스'(1985) '쥬라기 공원'(1993)처럼 재미와 완성도를 겸비한 상업영화부터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각각 수상한 '쉰들러 리스트'(1994)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를 연출한 전설적인 감독이다. 70세를 넘긴 나이에도 '레디 플레이어 원'(2018) 과 같은 트렌디한 영화를 선보이는 등 60년째 영화계 최전선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영화 제작자 제프리 카첸버그는 앞서 "스티븐은 국보급이다. 그를 올려다보느라 내 목이 다 부러질 지경"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파벨만스'는 생애 첫 극장 나들이에서 영화와 사랑에 빠진 새미(가브리엘 라벨·사진)의 성장담이자 그의 가족 이야기다.
아빠 '버트'(폴 다노)의 8㎜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찍던 새미는 우연히 필름에 포착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의 전폭적인 응원에도 이 사건을 계기로 카메라를 멀리한 그는 우연히 고등학교 졸업 영상을 찍게 되면서 다시 열정을 되찾는다.
극중 서커스와 영화업계에 종사했던 친척 할아버지는 "예술은 네 가슴을 찢어놓고 외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들의 영화 스태프로 활약하고 재정적 지원도 마다않던 아버지 또한 대학 진학을 앞둔 아들에게 "취미생활은 접고 좀 더 현실적인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새미는 엄마처럼, 결국 마음 가는 대로 삶의 항로를 정한다. 둘의 선택은 본질적으로 닮아있고, 새미가 찍는 일련의 영화는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과 같다.
제목 '파벨만스'는 우화를 뜻하는 단어(fable)에 남자(man)를 붙여 만든 주인공 '새미'의 성이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몇 가지
새미가 난생처음 본 영화는 세실 B. 드밀의 '지상 최대의 쇼'(1952)이다. 이는 영화의 시초인 뤼미에르 형제가 찍은 '열차의 도착'을 떠올리게 한다. 새미는 친구들과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를 보는데, 이 영화의 연출자가 바로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존 포드 감독이다.
부친은 아들이 17살 때인 1964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영화관에서 개봉한 '불꽃' 제작에 도움을 줬다. 500달러가 든 이 영화는 501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버지의 경험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연출에 영감을 줬다.
모친은 아들의 창의성을 키워준 좋은 엄마로 회자된다. 그는 아들의 영화 작업을 위해 새로 설치한 부엌 수납장을 부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마을에 토네이도가 불자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구경에 나설 정도로 모험심도 강했다. 둘은 아들이 18세인 1967년 이혼했다. 극중 새미가 엄마의 비밀을 알아채는 장면은 무척 극적이며 아름답게 그려진다.
'파벨만스'는 원래 스필버그의 첫 여동생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애니가 1999년에 한차례 구상했으나 부모가 상처받을까봐 묻어뒀다. 2017년 어머니에 이어 2020년 아버지가 작고하고 코로나팬데믹을 겪으면서 죽기 전 꼭 해야할 일을 고민하다 이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그는 이 영화를 "4000만달러짜리 치유"라고 묘사한 바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