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급' 소각장 찾은 오세훈..."주민 원하면 지하·지상 모두 검토"
2023.03.21 11:15
수정 : 2023.03.21 11:15기사원문
【코펜하겐(덴마크)=최재성 기자】지난해 8월, 마포 신규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 계획을 밝히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눈을 돌렸다. 주민들과의 상생을 넘어 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난 쓰레기 소각장이 코펜하겐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21일(현지시간) 오 시장은 마포, 특히 상암동 인근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덴마크 코펜하겐의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를 찾았다.
코펜하겐 '랜드마크 소각장' 직접 가보니...
2017년 운영을 시작한 아마게르 바케는 덴마크 왕실이 거주하는 아밀리엔보르 궁전과 직선 거리로 불과 2km 남짓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최고 높이가 90m에 육박하는 시설인 만큼 거대하다 못해 웅장하다는 느낌을 전했다. 특히 주변에 산지가 없는 코펜하겐에선 거대한 몸집과 독특한 외벽이 어우러져 더욱 눈에 띄었다.
건물 주변 악취는 철저한 내·외부 압력 차이 관리를 통해 잡아낸 듯했다. 건물로 들어서는 주요 입구부터 건물 안을 구분하는 문들까지 모두 악취 유출 방지를 위해 작동했다.
서울시의 건립 계획 발표 이후 시민들의 관심이 쏠렸던 '소각장 위 스키장'을 찾은 이들도 꽤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계단을 오르는 부모들과 꼭대기에 자리한 전망카페를 즐기기 위해 찾은 청년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오 시장은 "평지이기 때문에 언덕 내지는 경사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이 곳 주민들에겐 매우 절실했던 것 같다"며 "우리 역시 시민 여러분들이 사랑할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아이디어를 모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원한다면 지상·지하 안 가린다
이 같은 차원에서 오 시장은 마포 자원회수시설의 지상화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기술적으론 100% 지하화가 가능하지만 더 매력적인 '랜드마크급' 자원회수시설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단, 모든 가능성의 전제는 '지역 주민들이 원할 경우'로 한정됐다.
서울시는 신규 자원회수시설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100% 지하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역 주민들이 눈에 띄는 곳에 소각장이 자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날 아마게르 바케를 찾는 코펜하겐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본 오 시장은 최고의 시설물을 짓기 위해 어떤 제한도 두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 시장은 “100% 지하화를 고수하면 시설에 매력 포인트를 주기에 한계가 있다”며 “주민들의 양해가 있고, (지상화 시설이)낫다고 한다면 지상으로 올라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