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얽매이지 말자" "임금·휴가 담보책 마련"…23분간 설득

      2023.03.21 18:27   수정 : 2023.03.21 22:45기사원문
한일 관계 정상화와 주 69시간 근무제 추진 논란으로 여론의 후폭풍에 직면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특유의 소신과 추진력을 앞세워 정면돌파에 나섰다.

거의 담화문 수준으로 약 23분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중계 형식을 통해 전달한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개선에 따른 청사진 제시와 주 60시간 미만 근무제라는 상한선 설정으로 논란 확산 차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우대국) 복원 긴급지시와 조건 없는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완전 정상화 조치를 먼저 취하면서 앞으로 매달 예정된 외교전에 대비해 미국과 일본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외교전 대비한 尹, 선제조치 취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약 23분간 모두발언을 한 가운데 약 20분을 한일 관계개선 당위성을 설파하는 데 할애했다.

최근 전반적인 지지율 하락세의 요인이 한일 관계개선이란 점에서 윤 대통령은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해야 한다"며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전임 문재인 정권과 야권을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저격한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미 수십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며 과거에 얽매이지 말 것을 촉구했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음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정상화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할 것을 관계부처 장관에게 지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음을 알렸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 직후 밝혔던 지소미아 정상화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한일 간 북핵과 미사일에 관한 완벽한 정보공유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전제조건 없이 선제적으로 선언했다"며 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과감한 선제조치는 내달 한미 정상회담과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등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대응과 중국·러시아 견제용 한·미·일 공조 강화를 위해 앞으로 매달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러한 때 윤 대통령이 먼저 움직여 미국과 일본 정상에게 그에 맞는 성의를 요청한 셈이다.

일본 당국은 물론 그동안 한일 관계개선을 압박해온 미국 당국도 윤 대통령의 신속한 조치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관측된다.

■근로시간 상한선 제시한 尹

윤 대통령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되 주 60시간은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제시했다.

정책혼선 논란 속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캡을 씌워 논란 확산 방지를 시도한 것이다.

일한 만큼 보상과 휴가가 따를 수 있는 담보책 마련도 강조한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을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할 경우 근로시간 유연화가 순조롭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강성노조 척결에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선 소통을 강화해 노동약자 배려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이슈를 기존 사회수석실에서 전담하던 것에서 국정기획수석실에서도 협업해 다루도록 했다.

노동개혁과 교육·연금개혁을 모두 사회수석실에서 맡다 보니 업무가 몰려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 국정기획수석실에서도 노동개혁 문제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국정기획수석이 과거 정책실장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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