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WBC … 미국 넘고 싶어하던 일본 야구의 숙원 이뤄졌다
2023.03.22 12:00
수정 : 2023.03.22 13: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9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일본이 3-2로 앞선 9회초 2아웃 미국의 공격. 일본의 투수 오타니 쇼헤이와 미국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만났다. 오타니와 트라웃은 한 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슈퍼스타들이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또한, 일본과 미국의 상징적인 선수다.
오타니는 초구 88마일의 슬라이더에 이어 100마일(약 162km/h)의 포심을 한 복판에 찔러넣어 트라웃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곧 이어 또 다시 100마일의 포심으로 또 다시 헛스윙을 끌어냈다. 곧 이어 102마일(약 164km/h)의 포심이 벗어났지만, 마지막 88마일의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우승을 이끌어냈다. 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일본은 2009년 이치로의 안타(당시 상대 투수 한국 임창용)로 한국을 꺾고 우승한지 14년만에 WBC 우승컵을 가져왔다.
일본은 2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미국과 맞대결에서 최종 3-2로 승리했다
일본과 미국의 화력 대결이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터너의 홈런이 터지자 무라카미의 타구 속도 185km/h의 초대형 홈런이 터져나왔다. 터너는 이승엽과 5개의 홈런으로 역대 WBC 홈런 공동 1위에 등극했고, 준결승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무라카미는 일본의 영웅이 되었다. 일본은 무라카미의 홈런 포함 2회 2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고, 4회에는 오카모토의 솔로홈런으로 점수를 3-1까지 벌렸다.
하지만 일본은 8회 구원 투수 다르빗슈가 카일 슈와버에게 우측 2층 관중석을 향하는 대형 솔로 홈런을 맞았다. 3-2, 점수는 한 점 차로 줄었다.
하지만 9회에는 오타니가 있었다. 오타니는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작은 거인' 무츠 배트를 2루수옆 병살타로 처리하고 포효했다. 그리고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번 대회 만화같은 마무리를 연출해냈다.
일본의 선발 이마나가 쇼타는 좌완 투수이면서도 94~5마일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눈길을 끌었고, 신성 다카하시 또한 160km/h에 가까운 스피드로 주목을 끌었다. 그외에도 훌륭한 투수들이 줄줄이 1~2이닝씩 전담하며 미국의 화려한 타선을 봉쇄했다. 미국은 안타는 많이 치면서도 다양한 일본 투수진에 막혀 홈런 외에는 전혀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일본 야구는 과거부터 미국을 넘는 것을 지상과제로 해왔다. 꾸준히 메이저리그를 배출하며 미국야구에 근접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이번 대회 오타니와 다르빗슈 등을 대표팀에 불러들이며 시작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일본은 미국과의 사상 첫 결승전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전세계 야구 최강국 자리에 우뚝섰고 그렇게 일본 야구계의 오랜 숙원도 이뤄졌다.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결정지은 오타니는 글러브와 모자를 벗어 던지고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온 동료와 기쁨을 만끽했다. 타자로 이번 대회 7경기에서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홈런 1개, 2루타 4개에 8타점과 볼넷 10개를 남기고, 투수로 2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에 탈삼진 11개를 올린 오타니는 WBC를 투타 겸업의 독무대로 장식하고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