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의 골든타임을 지켜라
2023.03.29 08:37
수정 : 2023.04.13 13: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뇌졸중은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이다. 제 때 치료받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환자를 살리더라도 후유 장애가 남아 환자의 남은 삶의 질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에서 뇌졸중은 건강한 노후를 기대했던 수많은 은퇴자들의 바람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고 만다.
뇌졸중 분야의 권위자인 -방오영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 교수를 만나 뇌졸중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만들기 위한 비결에 대해 29일 들어봤다.
―뇌졸중이 왜 무섭나.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뇌 손상으로 뇌조직의 기능장애가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뇌의 일부 신경세포가 기능을 할 수 없다면 그 부분에 의해 조절되는 신체의 일부가 기능을 할 수 없게 돼 마비나 감각장애, 언어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기고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뇌졸중이 무서운 건 한 번이라도 손상 받은 뇌는 기능 회복이 어렵고 또 재발이 잘된다는 것이다. 뇌졸중은 위험인자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 발생 이유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등 위험인자가 오랫동안 관리가 안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현재 병이 없다고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에는 50세 이전 젊은 뇌졸중 환자의 입원이 늘고 있다. 가족 중에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뇌졸중이나 심장병의 병력이 있다면 기본적인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 중 환갑 전에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있었던 가족은 '고위험 가족'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에서 내가 10년내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조언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미세먼지 증가하면서 뇌졸중의 원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흔히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요한 뇌졸중의 위험인자가 있다. 바로 스트레스나 수면부족, 비만이다. 스트레스를 피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중요하다. 또 수면무호흡이나 코골이는 흔하고 중요한 뇌졸중, 심근경색의 원인이다. 낮에 졸린 증상이 생길 정도로 심한 경우는 수면클리닉을 찾아 이를 적극적으로 조절할 것을 권한다. 이 경우 대개 비만이 있는 경우가 많고 복부비만이 중요한 뇌졸중 위험인자이므로, 식이요법과 함께 꾸준한 운동을 일주일에 4회 이상 40분 이상해야 한다. 이는 복부비만 뿐 아니라 코골이에도 도움이 돌 수 있다. 개인적인 노력 이외에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진의 보고에 의하면 미세먼지가 증가하는 날의 경우 뇌졸중, 특히 장애가 초래되는 '심장탓 뇌졸중'의 발생이 높았다. 따라서 뇌졸중의 위험인자가 있는 고령에서는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날에는 외출을 피하기 바란다. 또 환절기에 특히 새벽에 추위에 갑자기 노출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일단 뇌졸중의 주요 증상들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응급실로 방문해야 한다. 흔히 'FAST'라고 하는데 웃을 때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거나(Face), 두 손을 앞으로 뻗었는데 한쪽 팔이 덜 올라갈 때(Arm), 발음이 어눌하거나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면(Speech) 뇌졸중을 의심해볼 만하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신속한 응급실 방문(Time)이다. 증상이 발생한 후 4시간30분 이내에 도착하면 필요시 혈전용해제를 투여받을 수 있다. 이보다 늦은 경우는 동맥내 혈전제거술을 실시간 받게 되며 혈관이 뚫릴 확률이 80% 정도로 높아졌다. 이에 환자의 예후도 대폭 향상됐다. 전체 뇌졸중의 약 20~30%를 차지하는 뇌출혈과 지주막하 출혈 환자들도 빠른 영상학적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들이 뇌졸중으로 입원을 하게 되면 의료진에게 본인이 뇌졸중 중에 혈관이 터진 뇌출혈인지, 아니면 혈관이 막힌 뇌경색인지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듣게 된다. 환자 및 가족들은 발병원인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 이는 뇌졸중이 재발할 때 대개 같은 원인으로 뇌졸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뇌경색의 경우 '동맥경화'로 인한 경우, 심방세동 등 부정맥에 의한 '심장탓 색전', 고혈압 등으로 작은 혈관이 막힌 '소동맥패색'으로 나뉜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치료법에서 차이가 있다. 본인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항혈소판제, 항응고제, 스타틴제 등)에 대해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젊은 뇌졸중 환자의 경우 모야모야병, 동맥박리(혈관벽이 찢어지는 것), 난원공개존(PFO)로 인한 기이성색전증, 혈관기혈 등 특별한 원인이 있을 수 있어서 환자가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재활도 중요하다는데.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장애가 심한 경우 정상으로 되돌리긴 어렵지만, 적극적인 재활치료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할 수는 있다. 특히 뇌졸중 발생후 초기 3개월에서 6개월 이내의 시기가 회복이 가장 기대되는 시기다. 이를 경과하게 되면 제한적인 회복만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뇌졸중 발생 후 몇 달간 매우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권고한다. 뇌졸중 후 우울증은 흔하고 회복이 더 지연되고 인지장애도 초래된다. 따라서 발병 첫해가 가장 중요하고 가족들의 심리적인 지지가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도 연구중이라고 한다.
▲뇌는 비가역적인 특징 때문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을 수 밖에 없다는 게 한계였다. 현재 다양한 '뇌보호제', '뇌영양제'란 이름으로 약국에서 시판되는 제품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 뇌졸중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물은 없는 실정이다. 병원에서는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들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통해 환자의 뇌신경 회로를 재건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20년간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시설을 갖췄고 줄기세포로 간단히 주사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액소좀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취득하면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비침습적 뇌자극 등 신경회로의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시도도 진행중이며 재활용 로봇, 전자약, 디지털치료제와 같이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재활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