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로서 창극의 매력 : 국립창극단 ‘정년이’

      2023.03.27 14:48   수정 : 2023.03.27 14: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뮤지컬의 장르의 정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뮤지컬이라고 하면 19세기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로 대표되는 대사, 노래, 춤이 결합된 공연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결합된 연극이나 이야기가 결합된 무용 공연도 뮤지컬에 포함할 것인지, 서양의 음악이 아닌 월드뮤직을 기반으로 한 공연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의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 자리에서 뮤지컬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것을 굳이 서양의 기준에 맞춰보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에게도 음악과 드라마가 결합된 창극이라는 멋진 공연장르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얼마전 국립창극단이 창극 ‘정년이’를 무대에 올렸다. 국립창극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창극단체로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창극의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이다. 전통의 판소리 다섯마당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창작 창극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소재의 창극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나 이번에는 여성국극을 다룬 웹툰 ‘정년이’를 창극으로 무대화하여 젊은 세대들에게도 주목을 받았으며, 개막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한때 낡은 전통처럼 취급받았던 판소리와 창극이 웹툰이라는 콘텐츠와 결합하여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으며 창극의 관객층을 점점 더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이 멍석을 한 장 깔아놓고 박자를 넣어주는 고수와 함께 모든 역할을 혼자 연기하며 이야기를 펼쳐낸다. 오로지 소리꾼의 소리 하나만으로 공간을 만들고 시간을 보여주며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반면에 창극은 분창을 통해 여러 소리꾼들이 역할을 나누어 연기하고, 여기에 국악관현악의 반주가 들어가며, 무대장치를 통해 스펙타클을 만들며, 의상·분장을 통해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리고 점점 전통 판소리 다섯 마당을 분창을 통해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한국적인 음악극의 공연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뮤지컬과 비교해본다면 뮤지컬이 보드빌이나 벌레스크 등의 쇼에서부터 시작되어 쇼뮤지컬(Show-Musicla)이 드라마 중심의 북뮤지컬(Book-Musical)로 발전된 것과 달리 판소리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으로서 소리를 활용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우리는 아무래도 쇼(Show)보다는 이야기(Story)를 더 좋아하는 성향이 있어보인다.
음악에 있어서도 여러 소리의 기법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창극의 음악은 멜로디와 화음을 기본으로 하는 뮤지컬 음악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창극은 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점에 있어서 현재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요인들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창극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소리에 담아낸 감동적인 공연예술장르로서의 ‘창극’의 매력에 한껏 빠지게 될 것이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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