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미국서 중형 받아라" 사법 시스템 불신에 등장한 여론
2023.03.27 16:11
수정 : 2023.03.27 16:11기사원문
27일 국내 테라·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국내 송환 찬반 의견을 묻는 투표에 참여자 100여명 중 약 72%가 "권 대표는 미국으로 인도돼 처벌을 받아야 한다"에 응답했다.
투표글을 작성한 피해자 모임 대표 A씨는 "권도형과 사기 공범들이 국내에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면 추적을 피해 은닉·세탁한 자금으로 해외로 출국하여 떵떵거리면서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여론은 뿌리 깊은 국내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9일 발표한 '2023 레가툼 번영지수'를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기관에 대한 신뢰지수는 세계 100위로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지난 2013년 146위에서 올해 155위로 9계단 하락해 국민 신뢰가 악화된 것으로 보여줬다.
현재 권 대표가 신병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선 몬테네그로 당국이 직접 공문서위조혐의에 대한 권 대표의 사법처리에 나서면서 신병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 더구나 권 대표 측은 몬테네그로 법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까지 연장하자 이에 불복해 항소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에 대한 재판이 장기화될 여지가 생긴 것.
몬테네그로 내 법적 문제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어느 나라로 권 대표를 송환활 지 결정해야 되는 과정이 남았다. 현재 3개국 이상(한국·미국·싱가포르)이 권 대표에 대한 신병 우선 확보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테라·루나 피해자 모임의 소송을 대리하는 김종복 대표변호사(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국내 피해자 구제 측면에서는 편리한 집행을 위해 우선 한국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송환 순서와 상관없이 연관된 모든 나라에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법당국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온정주의적 판결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졌다"면서도 "권 대표의 경우에는 세계적 기준에서 정의실현이 필요하기에 각국이 재판을 끝낸 후 범죄인 인도 요청에 응해 결국 각 나라에서 재판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