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h 남지민도 고교 시절 1차지명급 재능이었다 … “나만 잘하면 무조건 탈꼴찌”
2023.03.27 21:50
수정 : 2023.03.27 22: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대전, 전상일 기자] 한화 이글스에는 좋은 젊은 투수들이 많다. 158km/h의 문동주·김서현을 비롯해서 박준영, 한승주, 김기중 등 좋은 자원들이 많다. 하지만 재능만 이야기하면 남지민(22) 위에서 설 선수도 그리 많지 않다.
남지민은 2020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의 2차 1라운드로 선발된 선수다. 남지민의 고교시절은 문동주(19)나 김서현(18)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는다. 남지민은 부산 개성중을 나왔지만, 명문 경남고의 손짓을 뿌리치고 신생팀인 부산정보고로 진학하게 된다. 경남고에는 최준용(22)이 있었다. 그에게 가려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은 옳았다. 남지민은 부산정보고에서 기적을 썼다. 3학년이던 2019년 황금사자기에서 4번타자 겸 투수로 활약하며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남지민은 당시 황금사자기 16강전에 선발등판해 105개의 투구를 꽉꽉 채우며 경기고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황금사자기 17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상위지명 후보로 우뚝 섰다. 팀 역사상(2014년 창단) 최초이자 마지막 8강 진출이었고, 남지민 이후 부산정보고는 한 명의 프로 선수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배에서는 허윤동·소형준·강현우·김주원의 2관왕(황금사자기, 청룡기) 유신고를 맞아 7회까지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팀은 남지민이 내려가자마자 곧바로 역전당했다. 그만큼 약 팀의 외로운 에이스 그 자체였다. 그런 활약을 인정받아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 신분조회·등록을 받았고, 청소년대표에도 선발되었다.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렸다. 최준용, 이주형(이상 경남고)과 경쟁했던 부산권 1차지명급 재능이었다.
어느덧 프로4년차가 된 남지민이 2023년 3월 27일 시범경기 대구 삼성전에 등판해 3.1이닝 6피안타 2실점했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시즌 첫 등판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구속이 크게 올랐다. 최고 150km/h까지 꾸준하게 치고올라왔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포심 평균구속도 145km/h를 상회했다. 국내 선발 중 문동주 다음가는 구위다. 총 59구에 직구(37구), 커브(9구), 슬라이더(8구), 스플리터(5구)를 고루 던졌다.
남지민의 가장 큰 주무기는 슬라이더. 아직 변화구의 각이 크지 않아서 직구와 같은 타이밍에서도 장타를 허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폼이 깨끗한 남지민이기에 더욱 이런 단점이 도드라져 보인다.
남지민은 “고교때는 지금의 변화구로도 충분히 통했는데 프로에서는 상하좌우를 다 써야하고, 그 마저도 직구가 받쳐주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라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그가 가장 많이 신경쓰는 것은 바로 커맨드다. 구속에 대한 부분은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실제로 남지민의 구속은 계속 올라와서 이제는 50구가 넘어가도 150km/h를 기록할 정도가 되었다. 마지막 타자 김태훈을 상대로는 149km/h가 나왔다.
그는 제구가 어느정도 되는 선수이기 때문에 커브같은 제대로 된 변화구 하나만 장착하면 무난하게 선발진에 안착할 것으로 많은 관계자가 예측하고 있다.
남지민은 “작년에 정말 힘들었다.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은 아니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시즌을 끝까지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시즌 전 체력 훈련에 매진한 이유다. 그는 작년 이닝이 국내 선수 중 김민우·장민재에 이어 팀내 3위의 이닝수를 기록했다. 그만큼 많이 맞았지만, 많은 경험도 쌓았다.
현재 한화 이글스의 5선발 후보는 남지민이다. 물론, 한화는 스미스, 김민우, 페냐, 문동주, 장민재가 개막 5선발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선발 중 한 명이 삐끗하면 제일 먼저 호출할 후보가 남지민이다. 남지민은 계속 1군에 동행해왔고, 앞으로도 1군에 있든 2군에 있든 로테이션을 맞춰가면서 예비 전력으로 동행한다. 어쩌면 당장 홈개막전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중요한 자원이다.
남지민은 이제 프로 4년차다. 이제 그도 팀의 앞에 서야 할 나이가 되었다. 남지민은 “우리 팀에 좋은 선배가 없어서 후배들이 못 큰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절대 아니다. 잘하지 못한 우리 책임이다” 라면서 “4년차는 많은 연차는 아니지만, 이제는 내가 신인급 후배들을 이끄는 위치가 되겠다”라고 다짐한다.
탈꼴찌에 대해서도 “나만 잘하면 100% 무조건”이라고 호언장담한다.
사실, 남지민은 5선발로 쓰기에 아까운 재능이다. 하지만 남지민이 5선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다르게 보면 한화가 강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뎁스가 탄탄해졌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남지민이 작년 89이닝을 넘어 규정이닝을 채울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화는 올시즌 판도를 뒤흔드는 진짜 다크호스가 될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