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많은 선장 나설 때"… 서정진 2년간 셀트리온 이끈다
2023.03.28 18:01
수정 : 2023.03.28 18:01기사원문
2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은 이 같이 밝히며 퇴진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서 명예회장은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 79.67%의 찬성을 받아 2년 임기의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어려운 상황, 크레딧과 힘 있는 사람 뛰어야"
서 명예회장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이제 모든 그룹의 총수들은 영업 현장을 가야하고, 돈을 벌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데 크레딧(신뢰)과 힘이 있는 사람이 열심히 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면서 경영 복귀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오는데, 위기는 열심히 해서 극복해야 하고 셀트리온은 빚이 많지 않고 현금이 많기 때문에 시너지 낼 수 있는 것을 경영에 복귀해 신속하게 결정해 실행할 것"이라며 향후 일사불란하고 신속하게 셀트리온그룹을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 명예회장은 올해 초 유럽 27개국을 돌며 업무 상황을 점검 했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을 둘러보며 생산능력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 그는 "이번 주총을 통해 셀트리온그룹의 선임 공동의장이 되면 그룹의 총수로서 실적과 주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진에 강력한 지침을 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중대한 과제인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과 대규모 해외투자 건에 대해 서 명예회장은 입장을 밝혔다.
합병 청사진에 대한 질의에 그는 "오는 7월에 금융감독원에 마지막 리포트를 내면 합병 관련 행정적 절차는 끝이 난다"며 "합병에 대한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금융시장의 안정 여부와 시기 등을 지켜봐야 하고 때가 되면 마일스톤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40억달러 규모의 박스터인터내셔널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 인수전과 관련, 서 명예회장은 "현금에 여유가 있으면 당연한 경영 전략"이라며 "다만 상반기는 관찰의 시기고, 움직이는 것은 연말 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가 부진 지속.."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이날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 주가 부진 등에 대해서도 경영진을 대표해 사과했다.
그는 "회사를 잘 경영해서 직원들은 보람을 느끼고 주주들은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하는데 최근 금융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주주들의 불만 사항을 다 듣고 있고 회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주주들을 힘들게 한 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여러 주주들과 마찬가지인 셀트리온 주주로, 창사 이래 주식을 한 번도 판 적이 없고 자녀와 아내 등이 셀트리온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주주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그는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고 본다"며 "주식 스와프 방식의 인수합병(M&A) 등 효과적인 방법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 현장에서 일부 주주들은 셀트리온 주가 부진에 항의하고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면서 질서유지권이 발동됐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 2020년 12월11일 37만462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15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