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합창단
2023.03.28 18:09
수정 : 2023.03.28 18:09기사원문
합창을 못 하게 된다고 생각할 때 아쉬움이 더 컸지만 우리가 합창을 위해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음악교육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앙상블, 즉 합창이 아니라면 밴드나 오케스트라 같은 합주를 선택하여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본인이 원하는 만큼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어려서부터 합창 혹은 밴드나 오케스트라를 하다가 대학을 선택할 때면 음악 전공이든 비전공이든지 자연스럽게 음악대학의 앙상블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왜냐하면 대학에서의 유일한 취미생활이고, "숨"을 쉬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 합창단의 최소 4분의 1은 음악 전공이 아닌 비전공 학생들이다. 선발 오디션을 할 때면 음악 전공생들과 대동소이하거나 월등한 수준의 비전공생들이다. 이들은 음악이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이라 그 바쁜 학사일정 중에도 1주일에 4시간이라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 앙상블(합창·합주) 경험은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필요한 삶의 에너지이기에 대학에서도, 또 졸업 후에도 각 시마다 있는 Community Choir 혹은 Orchestra Chorus에 조인하여 그들의 삶 속에서 음악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요즘 우리 주위엔 시니어(어르신) 합창단들이 눈에 띈다. 어르신 합창단이란 필자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아마도 어르신을 존경하는 우리 문화 때문인가 보다. 우리는 만나서 얼마 지나면 대화가 학번이 어찌 되는지? 몇년생인지가 꼭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다. 아직도 나는 미국서 가까이 지내던 동료들의 나이를 모른다. 물론 여성 동료는 더더구나….
얼마 전 어르신 합창단 연습에 초대되어 세미나를 진행했다. 시니어들로만 구성된 합창단이지만 눈을 감고 들으면 30대가 부르는 것 같은 고운 소리를 내는 합창단이었다.
우리나라 교회 성가대는 나이가 들면 퇴출이 되기도 하지만, 필자가 본 이 시니어 합창단은 퇴출되기에는 아까운 분들이 모여서 화음을 맞추며 음악의 깊이를 느끼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연령별로, 또 학연 지연으로 나뉘는 우리 문화지만, 나이 든 선배들의 지혜와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합쳐서 합창을 한다면 보다 더 많은 즐거움들이 우리 삶에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에 있는 Community Choir처럼, 어르신과 젊은이가 함께하며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등장하는 어르신도 계시고, 그 휠체어를 밀며 무대에 등장하는 젊은이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연주할 때면 우리 모두는 하나 됨을 느낀다. 합창은 다 함께 음을 맞추고 리듬을 타고 음악의 아름다움을 통한 배려와 협치의 산교육이기 때문에 세대 간의 소통의 문제도, 세대차이라고 하는 생각의 차이도 합창을 하는 동안에는 하나가 되는 소중한 경험을 우린 합창(앙상블)이 없다면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박종원 서울시합창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