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스물둘 마시마로는 토종 한국 캐릭터"

      2023.03.28 18:21   수정 : 2023.03.28 19:18기사원문
2000년대 초반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인형 등 상품을 통해 인기를 끌었던 토끼 캐릭터 마시마로가 '토끼해'를 맞아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지난 1월 8일까지 국회 잔디마당에 대형 마시마로 봉제 인형들이 전시된 것이다.

마시마로의 귀환은 성공적이었다.

수많은 시민이 인형들 앞에서 사진을 찍고 당근 모양 '소망함'에 희망의 메시지를 써 넣었다. 마시마로가 무척 오랜만에, 그것도 국회라는 장소에 모습을 비추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조현경 양모전기 대표(사진)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마시마로는 '국민 소환'에 등 떠밀려 나온 것"이라며 웃었다.


이전에 기자로서 마시마로 원작자 김재인 작가와 인연을 맺은 조 대표는 약 6년 전 김 작가 등과 함께 양모전기를 설립하고 캐릭터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마시마로를 다시 끄집어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반전은 20년 전 마시마로 봉제 인형을 만들었던 업계 관계자가 지난해 조 대표를 수소문해 마련된 자리에서 비롯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마침 2023년이 계묘년이고 해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마시마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요청 겸 제안이었다. 그즈음 회사에는 계묘년 마케팅을 준비하는 기업들로부터 협업 요청도 물밀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 대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의외로 마시마로를 다시 찾고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시마로를 일본 캐릭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조 대표는 "그래서 마시마로가 오랜만에 다시 나올 때는 한국 캐릭터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면 상징성이 있는 장소, 예를 들면 경복궁이나 독립기념관 등을 염두에 두다가 국회 문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다 보니 국회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마침 당시 '어떻게 하면 좀 더 국민에게 다가가는 국회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국회사무처를 '이런 마케팅 이벤트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설득해 마시마로는 상업 캐릭터로서는 처음으로 국회 정문을 넘어 들어가 잔디마당을 밟을 수 있었다. 마시마로는 캐릭터로서는 최초로 국회 출입증도 받아 목에 걸었다. 출입증에는 '국적: 대한민국 / 이름: 마시마로 / 생년월일: 2000년 8월 10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후 의류와 식료품, 생활용품, 전시 등 수많은 콜라보·마케팅을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관련 일정이 올해 연말까지 빡빡할 정도지만 조 대표는 역시 국회에서의 경험이 가장 강렬했다고 한다.
그는 "국회에서 전시했을 때 마시마로 '찐팬'들을 무척 많이 만났다"며 "어릴 때 '애착 인형'이었던 마시마로 '엉덩이 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그 냄새를 맡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마시마로가 토끼 캐릭터여서 계묘년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 떠올리고 찾아 준 것도 맞지만 '국가 대표 캐릭터'로서 상징성을 지닌 점이 보다 본질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조 대표는 "올 한 해만 생각하고 조급하게 (관련 마케팅을) 쏟아 내기보다는 차근차근 밟아 나가듯 마시마로를 다시 세상에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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