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보다 재밌다? 실화! 유쾌·뭉클한 기적의 농구영화 ‘리바운드’
2023.03.29 00:05
수정 : 2023.03.29 08: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 초에 ‘슬램덩크 더 퍼스트 무비’를 보며 북산고를 외쳤다면 이젠 부산 중앙고를 외칠 차례다. 경쾌하고 뭉클한 감동의 청춘영화가 나왔다. 웃음과 재미 두 마리를 토끼를 다잡았다.
'리바운드'는 장항준 감독이 '기억의 밤'(2017)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영화 '공작',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권성휘 작가가 이야기의 중심 축을 잡고, 김은희 작가가 힘을 보탰다.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 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선수들을 겨우 모아 전국대회에 나가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설상가상 팀워크가 무너진 부산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하지만 양현은 선수시절 자신의 열정을 떠올리며 실패를 인정하고 실수를 반성하며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 6명의 엔트리로 출전한 최약체 팀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코트 위에서 파란을 일으킨다. ‘리바운드’는 바로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제 이야기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놀라운 기적의 드라마는 그 자체로 힘이 넘친다. 젊음의 패기, 풋풋함, 어설픔, 좌절과 희망 등 청춘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유머러스하면서도 박진감 넘치게 다 담겼다.
캐릭터들의 면면도 사랑스럽다. 인간적이고 귀엽기까지 한 양현 코치를 필두로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여섯 선수들이 각자의 상처와 한계를 딛고 땀 흘리며 성장하는 모습은 흐뭇함과 뭉클함을 자아낸다.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생생한 농구 장면까지 장르영화의 미덕도 갖췄다.
“미련도 후회 없이 오늘을 즐기자” “농구가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와 같이 청춘들에게 건네는 사려 깊은 대사는 오늘의 실패를 딛고 내일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 "아무도 가지 않은 농구영화의 길, 겁나기보다 설렜다"
코치 양현을 연기한 안재홍은 "어느날 집에서 장항준 감독이 '리바운드'에 대해 얘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나도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부산 중앙고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학교여서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왠지 ‘내가 강양현 코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저 영화를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3일 후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실화가 존재했다는 것을 몰랐는데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 '범죄도시'의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의 권유로 시나리오를 읽어봤는데 굉장히 재밌어서 “이게 실화냐?”라고 물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대본을 받은 순간부터 연출적인 콘셉트가 막 떠올랐다. 이 실화가 내 피를 끓게 만들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농구영화의 길이라는 게, 겁나기보다 설렜다.”
이 모든 이야기가 실제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 당시에 뛰었던 선수들과 신장, 생김새, 체중 등이 흡사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헤어 스타일, 복장 등도 통일시켰다. 농구도, 연기도 잘해야 하고 또 실제 선수와 신장이 비슷해야 하여 캐스팅은 쉽지 않았다.
스포츠 영화이기 때문에 경기 장면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영화 속 선수들의 열정이 실제였다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며 "농구팬들도 만족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하승진 선수가 보고 “미쳤다, 너무 리얼하다로 극찬해줬다. 그는 "농구를 잘 모르는 관객도 알기 쉽게 관람할수 있도록 경기 장면에서 중계진을 적극 활용했다"고 부연했다.
"대학교 1학년 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란’을 일본문화원에서 봤는데, 불어 자막이 나왔다. 한마디도 알아들을수 없는데도 그 작품이 가진 힘, 메시지 등이 느껴졌다. 우리도 (농구를 잘 모르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영화 제작 자체가 리바운드와 같다"
제목 ‘리바운드’는 농구에서,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아니하고 림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 나오는 것을 뜻한다. 영화는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려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 것,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장감독은 “5년전에 스태프들을 꾸리고, 공개오디션을 해 농구 오디션만 500명을 봤다. 그러다 투자가 물거품이 돼 그야말로 해산 직전에 극적으로 (넥슨이 투자자로 나서면서) 되살아났다. 제작 과정 자체가 리바운드와 같다”며 감격해했다.
“영화 감독은 자신이 언제 데뷔할지, 살면서 몇 작품을 할지, 언제 내가 마지막 작품을 찍을지,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 모르는 직업이다. 또래 감독들 중 극소수만 살아남았다. 이 작품이 내 유작이 되지 않길 바란다. ”
올 초 극장가에 광풍을 일으킨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더 퍼스트'와 차별점을 묻자 그는 "‘리바운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한국의 청춘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점이 있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엘리트 체육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끝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춘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위안과 공감을 얻길 바란다.” 4월 5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