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동은母 박지아의 눈물…"송혜교 못 보겠더라" ①
2023.03.29 16:35
수정 : 2023.03.29 16:35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어떻게 이런 엄마가 있을까. 배우 박지아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 속 동은(송혜교 분)의 엄마 정미희를 연기하며 행복과 고통을 동시에 느꼈다. 한 인물에 완전히 몰입해서 연구하고 표현하는 배우로서의 기쁨은 있었지만, 알면 알수록 사랑할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 제 편이 없는 딸 동은의 곁에 있기는커녕 오히려 벼랑 끝에서 밀어버리는 엄마 미희는 결국 그 질긴 천륜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고 만다.
박지아는 대본에 그려지지 않은 미희의 삶의 빈 조각을 채우며 인물을 완성했다.
-요즘 '더 글로리'의 인기를 실감하나.
▶바로 알아보시더라. 방금도 사진을 찍는데 '동은이 엄마 맞죠?' 하시더라. '더 글로리'는 미팅을 하자고 연락을 받고 합류하게 됐다. 나라는 배우를 어떻게 찾아내셨나 싶더라. 제가 들은 건, 김은숙 작가님이 제 드라마를 다 찾아보셨다고 한다. 추천한 여러 배우 중에 한 명이었을 것 같다. 후에 주변 배우들로부터 ''더 글로리' 오디션 봤었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은 드라마였다.
-동은 엄마 미희 역할을 맡고 어떤 기분이었나.
▶처음에는 엄마 역할이라는 것 정도만 처음에 알았고, 대본을 보기 전에는 혼자서 밥 차려주고 빨래 해주는 그런 평범한 엄마인가 예상을 해봤다. 그러다 '내가 송혜교 엄마구나'하고 대본을 펼쳤는데 이발소 신이더라. 재미있는 캐릭터이구나, 나쁘지 않구나 싶었다. 2부에 없길래 '그래 너무 일찍 나와도 재미잆지'하면서 계속 보는데 그 뒤로 계속 없다가 8부 대본에 나오더라. 내가 뒤에 어떻게 되는 건가 싶었다. 알콩달콩 집안은 아니구나 싶었다.
-파트2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부담이 되지 않았나.
▶부담이라고 하면 부담인데 동은 엄마라는 새 고데기를 어떻게 작동을 시켜서 이 드라마의 힘을 유지시키는지가 제 역할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가 고민이었다. 그 부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캐릭터가 확실해 배우로서 욕심이 났을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참 센 역할을 많이 해서 오히려 편안한 역할은 없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이것도 내 몫인 것 같다. 잘 하니까 불러주시겠지 싶었는데 참 나쁜 엄마여서 마음 고생도 했다. 박지아라는 인간으로서는 공감하고 싶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제가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니까 마음 속으로 힘들었다.
극중 동은오적과는 조금 다르다. (동은 엄마는) 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데기인 것이다. 동은이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그 존재 가치에 대한 고데기(가해)를 갖다대는 것이 너무 나쁜 일이지 않나.
-앞으로 동은 엄마의 삶을 상상해보면 어떤가.
▶치료를 받고 나와서 무슨 헛짓거리를 하려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은이에게 미안함을 갚아나갈 수는 없을까 싶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는데 동은이를 못 보겠더라. 어떻게 저렇게 살까 싶었다. 힘든 상황에서 잘 살아보려고 하는데 너무 안 되는 거다. 차라리 (상대를) 약 올라서 나쁜 짓이라도 하면 모를까. 복수도 그렇게 나이스하게 깔끔하게 하다니, 그렇게 사는 동은이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 더 생각해보자면 동은 엄마는 동은이가 자신과 너무 달라서 또 싫었을 거다. 너무 바르고 예쁘고 흠 잡을 데 없는 아이가 내 자식이라는 게 기쁘지만 나와 너무 달라서, 내 딸에게 엄마인 내가 큰 흠이어서 괴롭고 상처도 됐을 수 있다고 상상했다. 물론 그럼에도 나쁜 엄마이지만.
-시청자가 정미희를 측은하게 느끼지 않도록 연기했나.
▶극 중 '남들이 지우라는 거 낳아줬더니'라는 대사가 나온다. (시청자들이) '남편이 버렸나', '동은 엄마가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 생각하게 되면 연민이 생기지 않나. 나는 그런 쓰임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