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깎아주자 업자들은 올렸다.."숙박비 더 비싸졌네?"

      2023.04.03 06:00   수정 : 2023.04.03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소비 진작을 위한 정부의 숙박비 지원이 호텔 등 숙박업계의 '꼼수 요금인상'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숙박대전' 등 숙박비 할인 기간에 숙박업계가 숙박비를 추가 인상하는 등 부정 사례가 적발된데 따른 것이다.

올해도 '숙박 예약자 100만명에 3만원 숙박 쿠폰'을 제공하는 숙박비 지원을 틈타 '슬쩍' 숙박비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우려되고 있다.

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대전 기간 중 제보와 자체조사에서 의도적인 요금 인상을 사유로 적발된 업체는 9개였다.


적발업체가 많지 않았다는 게 관광공사의 입장이다. 공사는 또 쿠폰 사용률이 높은 숙박업체 100곳을 자체조사하고, 참여업체에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우려 불식을 위해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용객의 반응은 다르다. 경기 수원에 근무하는 직장인 임씨(32)는 "숙박요금을 매일 조회하지 않는 이상 가격만 보고 제보하기가 어렵다"며 "정부 할인이 없어도 벚꽃철이나 해수욕철 같은 성수기에는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지 않나. 조회하는 중에 실시간으로 가격을 바꾼다면 당연히 제보하겠지만 체감상 오른 것을 일일이 증빙할 수는 없다"고 허점을 지적했다.

실시간으로 수많은 이용객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이 더욱 거세다. 가격 정보 공유가 즉각적이고, 숙박 관련 사례가 갈무리돼 의심사례가 줄을 이었다. 지난 사업 신청 기준을 '1박 7만원 이상'으로 제한하자 5~6만원대의 숙박업소 가격이 7만원으로 둔갑하는 의심 사례도 올라왔다. 제보까지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들을 감안하면 할인 금액이 실제로 이용객에게 체감되는 수치는 지원금을 밑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이 방한 외국인까지 모두 포괄하는 관광 산업에 초점이 맞춰진 것 또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 동행축제를 연 3회로 확대하고, 5~10월 간 대규모의 K-팝 콘서트를 연속으로 개최하는 등 콘텐츠 발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유인 요인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요금을 올리는 업체로서는 관광객 급증을 기대하는 올 한 해가 모두 성수기와 다름없는 셈이다.

할인 쿠폰 지급 방식 또한 업체와 이용객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숙박대전과 마찬가지로 내수 활성화 대책의 숙박비 할인 또한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한 예약에만 제공된다. 이용객이 업체와 직접 예약 후 현지에서 캐시백을 받거나, 무허가 업체에 투숙하는 등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결국 할인 상품의 공급이 한정된 OTA로만 진행되며 사실상 과점에 가까운 형태로 정책이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OTA는 상위 4개 업체가 이용객의 97%를 점유하는 독과점 양상을 보이는 시장으로 "몇몇 기업이 정부 예산을 몰아 받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체로 직접 예약하지 못하는 방식이, 업체들로 하여금 플랫폼에 더욱 종속되게 만들어 시장 형성 또한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숙박업체가 국내 OTA에 지불하는 평균 수수료율 12.5%로 할인 기간의 어마어마한 수요만큼의 수수료가 소수의 기업에 돌아가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내수활성화 대책에서 최대 100만명의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숙박비 3만원 할인행사를 올해도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관계자는 "올해 할인 혜택도 플랫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작년에는 50여개 플랫폼이 신청했고, 올해에도 주요 플랫폼들은 대부분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전 수준의 관광산업 회복을 꾀하는 정부로서는 지난 엔데믹 당시 지난 숙박대전의 허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임광복 기자
chlee1@fnnews.com 이창훈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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