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日, 낳을 때 마다 아동수당 두배
2023.04.02 14:15
수정 : 2023.04.02 14: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저출산 극복에 한국과 일본이 각각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수십년간 갖은 노력에도 출산율이 반등하지 못하자, 한국과 일본은 그야말로 '국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 양국은 그간 주로 '여성' 혹은 '부부'에 초점이 맞춰졌던 저출산 정책을 '가족'과 '전 세대'의 문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한국보다 저출산이 먼저 시작된 일본에선 다소 파격적인 정책들도 눈에 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8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아동수당의 경우 금액을 늘리고, 고등학생을 포함한 만 18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아동수당 대신 부모급여를 늘린다. '육아 재택근무'도 법적 근거를 마련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관건이다.
■韓 돌봄 강화·日 아동수당 확대
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최근 발표한 새 저출산 대책에서 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렸다. 다만 방향성은 다소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돌봄 강화에, 일본은 지원금 확대에 무게추를 기울인 양상이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새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아이 돌봄 등 보육 서비스를 늘려 실효성 있는 돌봄을 제공하고, 육아휴직을 활성화해 일하는 부모의 육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2027년까지 3배로 늘리고 시간제 보육 서비스 대상도 6만명 수준으로 확대한다. 초등 6학년까지 경력 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육아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도와 환경 자체를 출산과 양육 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다.
일본은 현금성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외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30일 출산비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출산시 지급했던 일시금을 50만엔(492만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새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일본 정부는 아동수당 대상 연령을 고등학생까지 포함하는 18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첫째 아이 월 1만5000엔, 둘째 월 3만엔, 셋째부터는 월 6만엔으로 아이를 낳을 때마다 아동수당이 2배 올라갈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소득제한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정부는 3세 미만이면 매월 1만5000엔, 3세부터 중학생까지는 매월 1만엔을 준다. 셋째 이후 아이는 3세부터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1만5000엔을 지급한다.
우리 정부는 아동수당을 확대하지는 않지만, 올해 만 0세에게 70만원, 만 1세에게 35만원씩 지급되던 부모급여를 내년 만 0세 100만원, 만 1세 50만원으로 늘린다. 아동수당은 만 8세까지 소득에 관계없이 월 10만원씩 지급된다.
■남성 육휴 85% 목표…냉동난자 비용 지원 검토
일본은 또다른 파격으로 남성 육아휴직 85%을 제시했다. 일본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정부 목표를 2025년 50%, 2030년 85%로 대폭 올렸다. 2021년 일본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4%에 그친다. 기업별 사용 현황을 공개하고,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 촉진 체제를 정비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육아휴직을 동시에 쓰는 맞벌이 부부의 급여를 실질적으로 100%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남성 육아휴직 참여 확대를 위한 부모 공동육아 인센티브 확대·개편 방안을 오는 3·4분기 발표할 예정이다.
'집 걱정'은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 저출산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2027년까지 공공주택 총 43만호를 공급할 방침이다. 일본은 다자녀 세대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우대하는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임신 준비부터 지원하는 점은 우리 정부 대책의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난임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임신을 준비 중인 남녀를 위한 사전건강관리사업을 신설하고, 여성은 부인과 초음파, 난소기능검사, 남성의 경우 정액검사 등 사전검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여성 10만원, 남성 5만원이 상한이다. 또 가임력 보존 목적으로 냉동한 난자를 이후 임신·출산을 위해 사용할 경우 보조생식술 비용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양국의 이같은 정책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이번 정책 방향은 1차 회의로, 앞으로 회의를 이어가면서 추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본 역시 이번 초안에서 협의를 거쳐 6월께 재원 조달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인 25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 세계 꼴찌다. 일본의 연간 출생아 수 역시 지난해 사상 처음 8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1.30명 수준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