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상한 원지, 날것 여행 묘미까지…김태호 '지구마불' 이유있는 상승세
2023.04.01 06:00
수정 : 2023.04.01 06:00기사원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김태호 PD의 '지구마불 세계여행'(이하 '지구마불')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구마불'은 여행 크리에이터 3대장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가 김태호 PD가 설계한 세계여행 부루마블 게임에 참여해 주사위에 운명을 맡기며 총 3주간의 여행기간 지구 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여행하는 예능이다. 세 유튜버들은 주사위로 결정한 여행지의 콘텐츠를 통해 우주여행 티켓을 걸고 조회수 대결을 벌인다.
'지구마불'은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김태호 PD의 제작사 TEO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 유튜버들의 영상을 공개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 7시50분 ENA 채널을 통해 노홍철, 주우재, 주현영 패널들이 출연하고 제작진이 편집한 TV 버전이 방송된다. 각 유튜버들이 우주여행 티켓이 걸린 여행 콘텐츠 조회수 대결을 펼치는 만큼, 유튜브 조회수가 중요하지만 시청률 또한 4회 연속 상승세를 탄 흐름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구마불' 1회는 0.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로 시작해 2회 0.9%, 3회 1.2%, 4회 1.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ENA 채널에서 1%대를 넘어섰다. SBS플러스와 동시 방송 중으로, ENA 채널의 또 다른 인기 예능이기도 한 '나는 솔로'의 시청률이 1.0%에서 최고 1.5%까지 넘나들고 있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도 유의미한 성과다. 최근까지 방송된 '오은영 게임' '신병캠프' '명동사랑방' 등 여타 ENA 예능이 기록한 시청률보다도 높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에도 진입, OTT 플랫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지구마불'은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가 선보이는 예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유튜버들이 게임판의 주사위를 따라 즉흥 여행을 떠나고 조회수 대결을 벌인다는 포맷은 신선했지만, TV에서의 시청 타깃이 좁혀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빠니보틀의 경우 161만명, 곽튜브는 143만명, 원지는 64만명의 구독자들을 보유한 유튜버들로, 도합 368만명의 구독자가 있어 온라인에서는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았지만 올드 미디어인 TV에서의 대중적인 흥행은 가늠하기 어려웠다. 성공시에는 온라인에서의 화제성과 TV의 시청률도 다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의미한 도전이었다.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박을 쳤지만, 타 채널보다 비교적 접근성이 아쉽고 쟁쟁한 주말 저녁 시간대 편성 경쟁력이 열세한 신생 케이블 채널의 약점도 극복해야 했다. 이에 1회 방송 이후 김태호 PD의 콘텐츠로서는 시청률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으나, 2회부터 각 유튜버들의 활약과 김태호 PD가 설계한 게임판의 리얼한 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곽튜브는 라오스에서 예상 밖 생리현상으로 큰 웃음을 안겼고, 원지는 방글라데시의 다카에서 만난 친절한 청년과의 케미로 예측 불가의 여행기를 보여줬다. 빠니보틀은 두 유튜버들과 달리 자체 10달러 챌린지 미션을 수행하며 예능적인 재미를 안겼다.
3회부터 시작된 세 유튜버들의 아프리카 여행은 1~2회 동남아 여행보다 더 흥미로웠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빠니보틀은 탄자니아에서 지상 낙원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쳄카 온천에서 뛰노는 모습으로 대리만족을 안겼다. 원지는 방글라데시에서 마다가스카르, 이후 바오밥나무 마을 방문까지 50시간의 대이동을 펼치는 고된 여정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곽튜브는 기존 자신의 콘텐츠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휴양지를 보여주며 힐링을 전했고, 레게머리에 도전하는 등 역대급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구마불' 외에도 현재 TV의 다수 예능들은 해외 여행 혹은 해외 배경 콘텐츠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를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로는 KBS 2TV '배틀트립2'와 채널S '다시 갈지도', MBN '난생처음 우리끼리' 외에도 JTBC '톡파원 25시' '한국인의 식판' 등이 있다. tvN에서는 '서진이네'를 비롯해 '아주 사적인 동남아' '텐트 밖은 유럽-스페인 편' '장사천재 백사장'까지 무려 4편을 해외에서 촬영했다. 이에 확실한 차별점이 없고서는 더욱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어려워졌고, 리얼리티와 관찰 예능에 익숙해진 탓에 작위적인 설정을 금세 간파해버리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충족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그 많은 여행 예능 가운데서도 '지구마불'의 차별점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 어떤 여행 예능보다 날것의 매력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일단 제작진부터 각 유튜버별로 2명씩으로 간소화됐고, 제작진은 유튜버의 화면을 보조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유튜버들은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제작진 못지 않은 크리에이터들로 예능의 짜여진 구성이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아닌, 현지의 낯설면서 새로운 경험을 밀착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열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조회수 대결'이라는 뚜렷한 미션도 걸려있기에 더욱 새롭고 신선한 볼거리에 대한 고민도 깊다. 이에 유튜버들 스스로가 현지에서 직접 부딪치며 예상 밖 위기도 겪고 때로는 국경을 넘어선 휴머니즘을 경험하며 예능적이면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지구마불'의 3인3색 아프리카 여행기는 그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콘텐츠였다. 원지가 방글라데시에서 만난 이들의 뜻밖의 친절과 관심으로 인류애를 충전하기도 하고, 마다가스카르에서 약 50시간동안 1만2621km를 달린 끝에 마주한 바오밥나무 풍경과 경이로운 선셋은 시청자들에게도 강렬하게 남았다. 곽튜브 또한 탄자니아 잔지바르 능귀 해변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의 엄청난 텐션에 사로잡혀 내내 무한 '하쿠나 마타타' 듀엣을 선보이는가 하면, 어디선과 나타난 현지인들과 춤 노래로 하나된 '곽탄소년단' 장면은 큰 웃음을 안겼다. 또한 빠니보틀도 탄자니아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툭툭 드라이버와 K팝으로 하나가 되고, 그가 음악에 맞춰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이는 모습은 예측불가 여행의 묘미를 더했다.
그간 유튜브에서 현지인들과의 능동적인 소통을 꾸준히 보여줬던 만큼, 이들의 구독자들에게는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지만 '지구마불'이라는 포맷과 만나 더욱 시너지가 발휘됐다. 특히 빠니보틀, 곽튜브보다 구독자 수가 비교적 적어 조회수 대결에서 불리할 수도 있었던 원지가 빠니보틀을 제치고 조회수가 이른바 '떡상'(수치가 급격히 오르는 것을 의미)했다는 현상도 흥미롭다. 원지는 엉뚱하면서도 매사 긍정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언어 소통이 두 유튜버들만큼 원활하지 않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호기심으로 현지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진심 어린 모습으로 호감을 얻었다. 빠니보틀이 무인도로, 곽튜브가 핀란드로, 원지가 이탈리아로 다음 행선지가 결정돼 3라운드가 시작된 가운데 이들의 계속되는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같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도 더욱 주목된다.